저성장 시대에 직면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은 BSC, MBO와 KPI 등 전통적 방법론부터 최근 구글의 방법론으로 알려진 OK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과관리제도를 도입 및 운영하고 있다. IMF 이전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성과주의로의 전환은 외부환경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며, 하나의 거대한 메가 트렌드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성과관리제도를 도입한 많은 기업의 관리자는 ‘성과관리제도를 도입했으나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성과관리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No’다. 제도와 운영은 별개의 이야기다. 위와 같은 불평을 이야기하는 회사를 들여다보면 형식적으로 성과관리‘제도’를 도입하였으나 그 제도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목적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당신이 성과관리제도를 의심하고 있다면 지금부터 성과관리의 진정한 목적을 살펴보고 우리회사는 진정한 의미의 성과관리를 운영하고 있는지 고민해보자.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는 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며 성과관리의 목적은 그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로 통용되는 정의를 조합하면 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전략적으로 연계시킴으로써 조직의 성과향상을 지원하는 관리 도구(management tool)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는 구성원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적극적인 피드백과 지원이 포함된다. 이러한 성과관리는 전략적 목적(Strategic purpose), 개발적 목적(Developmental purpose), 관리적 목적(Administrative purpose) 등 세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전략적 목적은 가장 거시적인 목적으로 조직 구성원의 행동과 조직의 목표를 전략적 차원에서 연결함으로써 조직의 전략실행력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즉, 전사 차원의 전략을 기반으로 개인단위 업적목표까지 cascading되어 개인의 업무활동이 곧 전략과 연계되는 것이다. 조직의 전략이 개인단위 업적목표까지 연계되지 않으면 전략은 있으나 실행이 없는 조직으로 남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전략적 목적에는 핵심 인적자원의 관리와 장기적 승계계획 등이 포함된다. 일부 개발적 목적과 중첩될 수 있으나 기업의 중장기 비전과 함께 그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적 목적은 직무에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해당 직무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직무전문성을 파악하고,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능력을 개발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구성원 개인에게 업적목표를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필요한 지원 및 교육 등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도전적인 목표를 구성원이 온전히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구성원의 개인 업적목표 달성을 위한 능력 향상 지원이 필요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목표 달성으로 이어진다. 즉, 구성원에 대한 개발이 동반될 때 구성원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리적 목적은 일반적으로 성과관리제도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목적이다. 성과평가를 통해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구분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급여인상율, 성과급 지급과 같은 금전적 보상 등의 기준정보로써 활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즉, 평가 결과를 통해 목표를 높은 수준으로 달성한 구성원에게 보상을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기업의 정책에 따라 전보배치 등의 기준으로 성과평가의 결과를 활용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하며, 세 가지 목적 중 가장 미시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성과관리제도는 본 세 가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개념이다. 하지만 많은 관리자들은 관리적 목적에만 집중하여 연초에 설정한 목표(goal)가 달성되었는지 연말에 그 달성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성과급 혹은 기본급 인상률에 반영하는데 그친다. 설정된 목표는 그동안 사용해오던 KPI를 고민없이 사용하여 실제 경영전략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았으며, 연말이 될 때까지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무담당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개발해주어야 한다고 인지하는 관리자 또한 드물었다. 결국, 성과관리의 세 가지 목적 중 가장 미시적인 관리적 목적에만 온 신경을 쏟아온 것이다. 오직 목표의 달성여부에만 초점을 둔 성과관리제도는 조직 내 협력을 저해하고,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조장한다. 위의 세 가지 목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성과관리제도를 단순히 평가도구로써 바라보지 않고 전략실행력을 지원하는 관리도구로 활용할 때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