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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Aug 11. 2023

<소설 티처스-안녕하세요, 선생님!> 2화 (2)

2화. 수업 배제 (2)

  밤새 뒤척이며 새벽이 되자 은혜는 피곤함도 잊은 채 일어나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같이 카풀을 하는 영양 교사 민경은과 국어 교사 박수현과의 단체 채팅방에 오늘은 일이 있어서 따로 가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평소에도 일찍 출근하는 편이지만, 다른 날보다 서둘러 나왔더니 8시도 안 되어서 학교에 도착했다.

  하필 5층 교무실이 인터넷 선 고장으로 컴퓨터 메신저도 전화도 되지 않았다. 책상 밑에 들어가 인터넷 선을 여기저기 꼽았다 뺐다를 반복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조금 있으니 진로 부장 신미희가 출근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또 인터넷 고장이군요.” 미희는 은혜 옆으로 와 책상 아래로 고개를 숙이며 빼놓은 인터넷 선을 다른 쪽에 연결했다. 그때 갑자기 1학년부 과학 교사 민현기가 급하게 들어왔다.     


  “교장실에서 여기 내선 전화 안 된다고 저희 교무실로 연락을 주셨는데요. 지금 바로 진로상담 부장님과 정은혜 선생님 교장실로 내려오라고 하세요.”

  “진로상담 부장님도 같이요?”

  왜 부서장까지 같이 부르는지 은혜는 어리둥절했다. 

  “네, 두 분 같이 오시래요.”     


  미희는 은혜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1층 교장실로 내려가는 짧은 시간 동안 은혜는 주말에 정보 부장과 1학년 부장을 통해 전해 들은 내용을 간단하게 말했다. 교장실 앞에 다다르자, 은혜는 미희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눈짓했다. 미희는 은혜의 손을 꼭 잡으며 걱정 말라는 듯 엷은 미소를 지었다. 미희의 노크 소리에 안에서 들어오라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희 뒤를 따라 은혜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교장은 미희와 은혜에게 인사도 없고, 의자에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넓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은혜는 어색하게 교장과 처음 마주했다. 보통 체격에 듬성듬성 보이는 희끗한 흰머리, 앙다문 입술과 강한 눈빛에서 50대 중반에 교장에 오른 자들에게서 엿볼 수 있는 자신감이 내비쳐졌다. 교장은 은혜를 쳐다보며 사무적이고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은혜 선생님! 맞으시죠?”

  “네.”

  교장의 차가운 표정과 냉정한 눈빛이 날카로웠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은혜는 교장의 입술만 쳐다보았다.

  “지금 이 시간부터 정은혜 선생님을 수업에서 배제합니다.”

  “네?!! 수업 배제라고 하셨나요?”

  전혀 예상치 못한 교장의 말을 되물으며 은혜는 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어 미희를 쳐다보았으나 당황한 것은 미희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교장 선생님! 수업 배제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은 내가 바쁘니 둘 다 이만 나가 봐요.”

  미희의 말을 교장이 단호하게 잘라냈다. 교장은 냉정한 표정으로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은혜는 당황한 감정을 추스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교장에게 물었다.

  “교장 선생님, 수업 배제 이유를 정확하게 말해주세요.”

  “선생님이 그 이유를 모릅니까?”

  “네. 교장 선생님이 직접 말씀해 주세요.”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세워 두고 욕을 했어요. 선생님의 지도 방식에 대해 학부모가 문제 제기를 했어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선생님과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학교장으로서 판단했고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죠. 긴급조치로 선생님을 수업에서 배제합니다.”

  “교장 선생님, 수업 배제를 결정하기 전에 그 민원 내용이 모두 사실이 맞는지 먼저 확인을 하고, 제 입장이나 상황에 대해 들어보셔야 하지 않나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건 지금 필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급히 처리할 일이 많으니 이만 나가 보세요!”

  교장은 피곤하다는 듯이 인상을 쓰며, 인터폰을 눌렀다. 

  “아, 교무 부장? 교장이요. 아까 말한 국어 수업 보강 처리가 되었나요?”     


  은혜는 미희의 손에 이끌려 교장실을 나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대체 일이 왜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건지 어안이 벙벙했다. 주말 동안 은혜가 생각했던 시나리오는 예상을 단단히 빗나갔다. 일주일 내내 똑같은 말을 이백 번 가까이하며 개별지도를 하느라 목까지 다 쉬어버렸는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업에서 배제한다고? 준비물 없는 아이들을 자기 자리에 세워두었다고, 잘못한 아이들을 훈계 좀 했다고, 수업에서 배제될 상황이란 말인가. 

  은혜는 이 상황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미희도 은혜도 할 말을 잃은 채 5층 교무실로 맥없이 들어왔다. 책상 위의 인터넷 선을 노트북에 꼈다 뺐다 만지작거리던 환경 부장 은숙이 넋을 놓고 들어오는 둘의 표정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침부터 둘이 어디 다녀오길래 표정들이 그래요? 날벼락이라도 맞은 사람들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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