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교육공무원들의 인사발령 시즌이다. 1월말에 교육전문직, 교장, 교감 등 관리자들의 인사 발령이 시작되고, 2월 초부터 교사들의 청간 발령(지역 이동)이 나고, 며칠 후에는 관내(지역 내) 인사 발령으로 이어진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역 및 학교를 옮겨야 하는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어느 지역, 어느 학교로 발령이 나는지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매년 하반기가 되면 교사들은 내년의 거취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한 학교나 한 지역에 근무할 수 있는 최대기간이 정해져 있다. 대체로 한 학교는 최대 5년, 한 지역에는 최대 10년을 근무할 수 있다. 이 기간에 못 미치더라도 각자의 상황에 따라 학교나 지역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 가을이 끝나가고, 찬 바람이 불어올 즈음에는 학교를 이동할 것인지, 학교에 남게 되면 어느 부서에 있을지, 담임을 맡을 것인지 등등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인사이동은 그때그때의 상황변수가 많아서 원하는 곳으로 가게 될지 말지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달려있다. 가려던 학교에 이동하기로 했던 사람이 내신서(이동을 신청하는 서류)를 내지 않아 해당 교과의 티오가 변동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희망하는 지역이나 학교에 들어가는 1순위는 기존 학교의 근무년수이다. 한 학교의 5년 만기를 채워서 이동해야 원하는 학교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학교의 근무년수가 짧아도 경합 지역이나 선호하는 학교로 들어가게 되기도 한다. 즉, 인사는 복불복, 뚜껑 열어봐야 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11월 즈음이 되면, 교사들은 다음 해의 거취에 대해 고민과 정보를 나누며 떠날 것인지 남을 것인지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 특히 같은 지역 안에서 다른 학교로 이동할 때에는 가고 싶은 학교에 내 교과의 자리가 있는지 일일이 전화해서 티오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연말이 될수록 학교 분위기는 뭔가 어수선해진다.
학교는 매해 떠나는 자와 남는 자, 부서 이동 등으로 익숙하고 친근한 모든 것들과의 이별을 반복해야 한다. 또한 매년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상황 속에서 빠르게 적응해 나가야 한다. 낯선 모든 것들을 익숙하게 만들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야 할지 잘 알기에 매해 달라지는 상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하고 버겁다.
떠나는 자는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과 새로운 곳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그 부담감이 꽤 무겁다. 남는 자는 남는 자대로 어느 부서에 있어야 무난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을지 온 신경을 다 쏟아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매해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나를 던져둔다는 것은 큰 모험이자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알 수 없는 앞날에 대한 선택으로 인해 오롯이 감내해야 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의 무게를 늘 짊어지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매년 어느 학급에 배정될 지, 내가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될 지, 우리 담임 선생님이 누구일지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염려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니, 어쩌면 교사들이 느끼는 것은 그보다 더한 것 같다. 어떤 교장이 관리자로 올지, 어떤 동료와 학생, 학부모를 만나게 될지는 너무나도 중요하기에 간절하게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도한다.
어느 해에는 교활한 관리자나 이기적인 동료로 인해 힘들기도 하고, 어느 해에는 따뜻한 동료들을 만나 기운을 얻기도 했다. 어느 해에는 속썩이는 아이들이나 자기 아이만 생각하는 일부 이기적인 학부모를 만나 상처를 받기도 했다. 어느 해에는 아이들과 너무 잘 맞아서 헤어지기 아쉬운 때도 있었다. 사실 요즘 같은 민원의 시대에는 학생이나 학부모를 잘 만나는 것도 너무나 큰 복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에너지의 흐름과 그 어떤 기운이 있다. 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개개인으로 보면 나무랄 것 없는 괜찮은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나와는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어느 조직이나 있다는 정말 이상하고 나쁜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그 한 해가 기쁨이 될 수도 있고,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살아가는 과정은 다른 누군가와의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어느 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는 인생에 전환점을 주기도 할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삶에 엄청난 축복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최악의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수많은 만남과 관계 속에서 누군가는 나에게 상처를 주고, 또다른 누군가는 위로와 기쁨을 준다.
지금까지 여섯 군데의 학교에 머물면서 나를 힘들게하고 상처를 준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나를 좋아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다. 지금까지 거쳐 온 학교마다 만났던 좋은 동료들과 감사하게도 아직까지도 소중한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일곱 번째 학교로 이동하게 되었다. 새로운 학교에서 성품이 좋은 사람들, 나와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잘 통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웃으면서 생활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인복'을 듬뿍 받아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주변사람들에게, 그리고 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