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도 아니고, 내연기관도 아니고, 바로 하이브리드가 인기입니다. 내연기관의 감성과 전기차의 출력과 고효율을 동시에 잡을 수 있죠. 게다가 인프라는 여전히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가 편합니다. 그래서 그랜저를 구입하는 분들도 하이브리드를 살까. 가솔린을 살까.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외관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라고 티 내는 요소가 전혀 없습니다. 실내를 봐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디자인적으로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차별화를 둔 게 없습니다. 왜냐면 기본 모델도 머플러 팁이 없거든요. 과거에는 그나마 머플러 팁이나 휠 디자인 차이로 하이브리드를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트림에서는 하이브리드 전용 휠을 운영하긴 하지만, 시승 차량은 풀 옵션으로 일반 모델과 차이가 없습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추천하는 이유 첫 번째는 연비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정숙성 때문입니다. 디 올 뉴 그랜저는 신형으로 돌아오면서 정숙성이 아주 높아졌습니다. 프레임리스 도어지만 의외로 유리를 타고 유입되는 풍절음도 매우 적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도 매우 적습니다. 가솔린 모델은 엔진룸에서 유입되는 소리도 적긴 합니다. 그런데 하이브리드는 이 소음이 극적으로 줄어들면서 정숙성을 더 극적으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연비는 이제 그다음입니다. 이번 시승은 올여름 실제 출고된 차량으로 진행했는데요. 차량 소유주께서는 8월에 차량을 출고해서 지금까지 주유소를 딱 두 번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애초에 주행거리가 많지도 않지만, 뛰어난 연비가 주유소 방문 회수를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설명도 주셨습니다.
차주분의 의견처럼 가득 주유를 하면 주행 가능 거리가 900km 정도 뜹니다. 그런데 배터리 충전이 잘 되는 조건, 내리막길도 많고, 계속 고속 주행이 아닌 경우에는 정말 연비가 리터당 20km까지 거뜬히 찍힙니다. 과거에는 도심과 고속 연비를 따로 측정해서 알려드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하이브리드 차량은 그보다도 배터리 충전이 충분히 되어 있다면 주행 환경에 관계없이 연비가 잘 나오기 때문에 도심이냐 고속이냐는 의미가 깊지는 않게 됐습니다.
연비도 좋지만, 의외로 만족감이 높았던 부분은 정숙성을 더해주는 승차감입니다. 애초에 연비가 좋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되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정말 대단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요철을 넘어 다닐 때, 20인치 휠이 전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고 쾌적한 주행이 가능합니다. 과연 플래그십 세단 다운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출력은 3.5 가솔린과 비교해 최고출력이 70마력이 낮은 230마력입니다. 고속 후반에서는 다소 힘 차이가 느껴지겠지만, 일상적인 주행 속도에서는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하이브리드는 모터가 세게 밀어주기 때문에 출발이나 추월 가속에서 답답함이 없습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일반 가솔린 모델 대비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시승차는 분명히 풀 옵션 모델입니다. 블랙잉크는 개인의 취향에 맞지 않아서 넣지 않으셨다고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옵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요. 2열 VIP 패키지가 빠졌습니다. HTRAC도 없죠. 아쉽게도 하이브리드에서는 선택이 불가합니다. 하이브리드에서 선택할 수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2열 아래에 배터리가 위치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2열 시트를 움직이게 하거나 사륜구동은 구조적으로 넣기 어려워서 빠지게 됐습니다.
극한 상황에서는 성능 차이가 벌어질 수 있겠지만, 일상에서는 사실 두 모델의 차이를 크게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500만 원 이상 벌어지는 차량 가격과 연간 주행거리를 계산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시기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