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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미 Nov 23. 2023

쓰작쓰작. 작가의 독서법


(다소 거창한 제목이긴 하지만 다음 주제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보통 ‘작가’하면 수많은 책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할 어려운 책을 즐겨 읽는 모습을 떠올릴 것입니다.

작가는 많은 책을 읽습니다. 왜일까요? 작가이기 때문에 책을 읽기보다는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이 좋아서 책을 가까이 접하다 보니 어느덧 작가를 꿈꾸게 되었다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책을 많이 읽었든 읽지 않았든, 과거의 내가 어땠는지와는 상관없이, 책을 내고 싶다면 책과 더욱 가까워져야 합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별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책을 가까이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마흔 꼭지가 넘는 원고를 써야 합니다. A4용지 기준으로 80페이지에서 1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요. 이 분량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독서가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작가의 독서법이라고 거창한 제목을 붙이면서까지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작가의 독서법은 그동안의 독서법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과거를 돌아보겠습니다. 그동안 어떤 식으로 독서를 했는지 떠오르시나요?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서 ‘다 읽었다’ 하고 후련한 마음을 먹으며 책꽂이에 다시 꽂아둔 방법으로 독서를 하진 않았나요?

물론 이 방법이 잘못된 거라는 건 아니지만,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냐 묻는다면 글쎄요, 라고 답변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독서를 해야 합니다(물론 모든 책을 다 그렇게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요). 어떻게 읽어야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요?   

  

[매일 꾸준히 읽기]

먼저 매일 읽고 꾸준히 읽어야 합니다. 

독서가 글쓰기에 절대 조건은 아니지만 필요 조건이기는 합니다. 독서를 많이 했다고 글을 잘 쓰게 되지 않지만, 독서를 하면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것이고, 보다 쉽게 글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꾸준히 책을 읽고, 나만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과정을 통해 글을 쓸 수 있는 밑바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골고루 읽기]

책을 읽을 때는 좋아하는 분야나 장르만 편식하듯 읽지 말고 골고루 읽는 것이 좋습니다.

글쓰기 강의를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은데 다른 장르의 책을 읽는 게 도움이 될까요?”

“○○ 주제로 자기계발서를 쓰고 싶은데 비슷한 내용의 책을 읽어야 할까요? 아니면 표절할 수도 있으니 안 읽어야 할까요?”     

‘나는 자기개발서를 쓸 거기 때문에 자기개발서만 볼 거야.’ 혹은 ‘나는 소설을 쓰고 싶으니까 소설만 읽어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쓰려는 장르만 접하면서 공부하는 게 시간도 절약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표절 문제를 막을 수도 있지 않겠냐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장르와 상관없이 책에서는 배울 게 많습니다. 

소설을 통해서는 서사를 풀어내고 문장을 구사해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시를 읽다 보면 평소엔 간과하고 지나쳤던 익숙한 소재를 색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을 배울 수 있습니다. 생각을 우회해서 멋들어지게 드러내는 방법이나 문장을 유려하게 구사하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에세이는 또 어떤가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나에게 없었던 표현력도 배우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깃거리를 발견하는 눈을 얻기도 합니다.

간혹 자기계발서를 무시하는 분들도 보지만, 자기계발서도 마찬가지로 배울 것이 있습니다. 인문학 책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자신만의 생각을 풀어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내 안에 담겨 있는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낼 자극제를 얻을 수도 있고, 앞으로 쓸 글에 적합한 사례, 인용문 등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책이든, 어떤 장르이든 가리지 않고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나의 취향이나 주제 같은 거에 너무 얽매이지 마시고 골고루 읽다보면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걸 배우고 무언가를 얻게 될 것입니다.   


[능동적으로 읽기]

책을 읽을 때는 능동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예전처럼 책을 읽은 뒤 감명을 받아 ‘이 책 너무 좋았어.’라고 말하며 책장을 덮는 그런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생각을 포용하고 발전시키는 그런 독서를 해야 합니다. 기존의 독자로서의 독서법에서 작가로서의 독서법으로 변화하는 것이지요.




제가 말하는 작가의 독서법은, 작가의 글을 읽고 감탄하는 수준이 아니라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나의 감정을 발견하고 내면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와 묻혀있던 생각을 끄집어내는 독서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 영감이 떠오르는 문장, 사례로 쓸만한 유용한 내용이나 인용문이 있다면 체크하면서 읽습니다. 어떤 것이든 생각할 거리가 있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떠오른 생각과 감정들을 자유롭게 쓰면서 책의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한데 버무려 봅니다.

만약 독서 중에 메모하는 게 집중력을 떨어트려서 좋지 않다면, 그럴 때는 사진을 찍거나 메모지에 간략히 메모해 둔 뒤 독서를 마치고 생각을 기록하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이때 세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1. 빠른 시간 안에 메모를 완성하기

우리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독서 후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어느 부분이 마음이 들어서 사진을 찍어뒀는지, 어떤 내용이 떠올랐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니 독서를 마치고 바로 떠오른 모든 것들을 작성하시길 바랍니다.     


2. 최대한 이해할 수 있게끔 작성하기

메모할 때는 떠오르는 것을 자유롭게 적으면 좋습니다. 내 생각, 감정, 깨달음, 영감, 부연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 반대되는 내용 등등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이때 키워드 위주로 쓰다 보면 문장을 쓴 의도가 무엇인지 불분명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언제 보아도 의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는 메모를 해야 합니다.  

   

3. 일정한 곳에 모으고 자주 보기

메모는 사라지기 쉬우니 일정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휴대전화의 메모 어플, 메모장(수첩)이나 노트 등 하나를 정해서 계속 모으다 보면 나중에 다시 살펴보기도 수월할 것입니다.

그렇게 독서 중 메모를 꾸준히 하셨다면 심심할 때, 여유 시간이 있을 때 메모를 찾아봅니다. 예전에 써놓았던 메모를 보다보면, 메모를 할 때는 떠오르지 않았던 다른 이야깃거리가 떠올라 한 편의 글로 확장할 수 있고, 메모를 엮어 한 편의 글로 완성하거나 메모의 일부를 사례로 집어넣거나 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메모는 글감을 모으고, 머릿속에 있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생각을 캐내는 작업입니다. 일종의 영감을 얻는 과정이지요. 이 작업은 든든히 해놓으면 글을 쓰는 것도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


수많은 이야기를 캐낼 수 있는 책 속에서 마음껏 탐험하시며 나만의 고유한 생각을 많이 많이 발견하는 독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 Pixabay, nini kvaratskhelia님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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