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방학기간은 엄마 시간을 일시불로 쏜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곧 여름방학이 되었다.
내가 미혼이던 시절에는 심심찮게 돌아오는 공휴일과 여름방학과 겨울 방학 (국제 학교는 한 학기 후 방학이 무려 두 달) 이 되면 부족했던 잠을 채우고, 가고 싶은 곳을 방문하고 여행을 계획했다.
지금은 나에게는 꽃같이 예쁘고 아직 여리디 여린 다섯 살 아이가 있으니 전개가 아예 다르다.
평소 하원 후 참새방앗간인 놀이터를 함께 다녀오고 자기 전에도 나와 역할놀이 시간을 늘 갖는데 방아깨비와 나비를 잡아서 관찰 한 이후, 아이는 곤충에 관심이 더 많아져서 요즘 보통 내 역할은 사마귀, 무당벌레, 장수풍뎅이 등 곤충류이고, 아이가 정해준 대본에 맞춰 한 시간 정도 곤충 흉내를 내며 구연동화하듯 연기도 곁들여주면 아이는 흡족해하며 즐거워한다.
밤 9시 반 무렵 즈음에 씻고 잘 시간이라고 수차례 놀이를 거절을 해야 겨우 열 시 즈음 잠자리 준비를 할 수 있다. 내 몸이 피곤해도 즐거워하는 아이 얼굴 보고 "그래 워킹맘이니까 짧고 굵게!!"를 외치며 힘을 내서 열과 성을 다하여 사마귀 흉내를 내주곤 한다.
나는 이번 휴가 기간 동안 짧고 굵게 가 아닌 평소에 아이에게 많이 내어주지 못한 시간을 선물해 주기로 했다.
일일 선생님이 되어 아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발레 수업을 진행해주었는데 아이는 눈이 똥그래져서
"엄마 선생님이에요??"를 연발했다. 또 다른 날은 숲 체험 보조 선생님으로도 참여했는데 함께 버스를 타고 아이들과 십여분 거리의 산에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인솔도 돕고 아이들을 챙겼다. 이 날도 아이는 "엄마 선생님이에요??" 하고 눈이 똥그래져서 물었다. 나중에 아이가 엄마 선생님 최고라고 사랑한다고 했다는 행복한 이야기를 담임선생님께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벨이 눌릴 때마다 친구들이 한 명씩 집에 가고 마지막까지 원에 남아 나를 기다렸던 나의 아이를 일주일간 만큼은 친구들과 비슷한 시간에 일찍 하원 시키고 거의 매일 같은 반 친구들과 어린이집 간이 풀장에서 물놀이도 해주었다. 아이는 나에게 엄마는 공중임(공주님)이야 라며 행복해했다.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고 또 한 사람 이기전에 한 아이의 엄마이다.
무엇이 먼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대다수의 상황에서 보통 한 사람으로서의 행복이 아닌, 엄마로서 아이가 행복을 먼저 선택한다. 당연한 거 아니야? 하고 얘기할 수 도 있겠지만, 일을 하고 소소한 집안일을 하고 육아를 하고 나를 늘 최하위로 밀어두는 것을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잔인하지 않은가. 아이가 행복하게 잘 자라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지만 아이의 행복으로 행복해하는 엄마의 삶도 역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나는 일과 육아에 치여 지쳐서 우울에 지지 않는 방법 중 하나로 아이가 행복해하거나 교육적으로 향상이 된 부분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고 " 나 참 잘했다" "나 잘하고 있다"라고 스스로 셀프 칭찬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조금 오그라드는 느낌은 있지만 제법 효과가 있다. 아직 5년 차 초보 엄마이지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은 아이는 2순위로 두고 내가 먼저라는 뜻이 아니라 어른이자 보호자인 부모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어느 때보다 아이의 웃는 얼굴을 긴 시간 볼 수 있어 행복했던 짧은 방학이 끝났다.
아이에게 나의 휴가를 헌정하고 나는 몸살에 걸려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워킹맘의 휴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