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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작가 Feb 25. 2024

끝날것 같지 않았던 끝.

2023년 12월 1일

다른 직원분의 명예퇴직으로 인해 공사, 계약이라는 업무를 맡았다. 2023년 11월 27일부터 시작되었던 45억 공사가 있었던 타이밍.

내가 총감독이 되어 80일간의 공사,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는 걸 인지한것은 불과 일주일 전인 2023년 11월 20일.


다른 공공기관에서 4년의 경력, 하지만 이직한지 이제 막 1년을 채웠던 '중고신입'이었다.

공사에 참여하는 업체만 19개, 관급자재 업체까지 합치면 무려 82개였다.

80일이라는 짧은 기간안에 45억 공사를 진행하며 계약, 착공(착수), 준공(완료) 서류와 관급자재에서 밀려들어오는 수십가지의 서류들을 모두 챙겨야했다. 내가 인수인계 받은것은 약 3일간 '나라장터'라는 홈페이지에서 처리하는 과정뿐(80일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필요 없었다.)


모든것이 완벽해야했던 26년차인 결재권자. 기존에도 사람이 부족했던 상황에 한명이 빠지며 그 업무가 다른 사람들에게 더 가중됐던. 이 외에도 힘들었던 여러가지 상황들.


힘든 상황만 말하는게 아니냐고? 이 외에 좋은 상황이라고 할것들이 없었다. 그냥 그때 당시 있는 그대로의(좋은상황, 나쁜상황 포함해서) 상황을 모두 말한것 뿐.


이 모든걸 알고 있었음에도 내가 맡지 않으면 조직이 더 와해되었기에. 정말 '어쩔수없이' 맡았다. 4년의 경력이 있었지만 그 4년동안 시설일을 주로 했었고, 행정일을 많이 했어도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것이었기에 사실상 무의미했다. 말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하는 상황. 힘들건 불보듯 뻔했어도 '주어졌기에 해보자'라는 각오로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사를 시작하자마자 밀려오는 서류들, 계속해서 일이 터지는 공사현장. 매일이 15,000보는 넘게 걸었고 80일이 넘는 기간(12월 1일 ~)동안 매달 평일에는 정해진 초과시간을 훨씬 넘어서며 야근을 해도, 주말에도 한번도 쉰 적이 없게(실제로 공사 시작 90일이 되는 오늘까지 13번의 주말이 있었지만 온전히 토, 일을 쉰 주말은 단 한번도 없다. 크리스마스, 설 등 연휴에도) 일을 했다. 도저히 '근무시간'안에 처리할 수 없는 일의 양이었고, 동료들이 도와주겠다고 많이 말했지만 사실상 내가 보고 처리해야하는 일이라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힘들고 힘들고 힘든 80일이었다. 32년이라는 짧은 삶을 살아왔지만 지금에서야 누군가가 나에게 "32년동안 가장 힘든게 무엇이었어?" 라고 묻는다면.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일만 빼고는(이건 무엇과도 견줄 수 없기 때문에) 주저없이 이번 80일을 선택할 것이다.


정말 힘들어 다 그만두고도 싶었고, 울고 싶었던 날도 있었고, 소리지르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다. 다른 동료들은 다 퇴근하는데 혼자 야근한 날에는 한참을 멍때린적도 있었다. 그 와중에 동료(상사)와의 관계에서 나와 맞지 않은 부분들때문에 두배, 세배로 힘들었다.


참 지금 생각해보면 정신없이 지나간 80일이었고, 어느순간보다 힘든 80일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공사 준공을 했다. 서류 검토까지 마치며 85%, 90% 이상 끝났다. 그 수많은 노고 덕분인가. 나는 지적하나 없이 지나갔다. 모든 서류들이 구비되어 있었고, 빠지거나 틀린부분들은 없었다. 이 결과를 위해 80일동안 그렇게 노력했지만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많이 들었고, 자신은 없었다.


처음가는 길이었고, 공무원 시스템이 낯설어 결재조차 잘 몰랐던 1년차 신입이었기에. 내가 업무를 맡는다고는 했지만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따위의 작은 걱정이 아니었다. 회사의 명예가 달렸고, 훗날 감사에서의 타켓이 될것이었기에.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어떻게 1년차에게 이런 중대한 업무를 맡길 수 있지?' 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중요했고, 그 업무에대해서 아는것이 많아야 할 수 있는 업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런 업무였기 때문에.

그 당시 친구가 나에게 말해줬던 말. "대단하다 너. 성실하게 잘 했나보다 1년동안. 그렇게 짦게 된 직원한테 그런 업무 주기 쉽지 않을거야. 그런데 맡겼잖아. 너가 대단한거야. 해낼 수 있어. 이겨내야 또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지."

저 말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어쨌든 결재권자는 날 믿어줬으니까. 그렇기에 1년 밖에 안된 직원에게 이런 중대한 업무를 주었을거기에. 그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내가 더 성장하기 위해. 해냈던 것 같다.


한편의 드라마 같았던 80일. 잘 끝나서 다행인. 그래도 마지막화가 인상적이고,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

아직 남은 15, 10%를 위해 더 해야할게 있고, 앞으로도 공사 및 계약 업무를 맡아서 할게 정말 많은. 하지만 첫 스타트를 전래없는 공사로 시작했기에. 이때를 생각하며 그때는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힘들었지만, 끝은 나고 있다.


이겨낼 수 없는 일은 없다는것을 또 배운 80일이었다. 다 해낼 수 있다. 의지와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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