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이라이트 릴
노블이가 그만 두고나서 우리 밴드에 비상이 걸렸다. 로저스 선배와 콜플선배, 호프만 선배 등은 회사에서 다른 그룹의 리더가 되기 위해 진작에 활동을 접었기 때문에 베이스가 공석이 된 것이다.
베이스의 저음에 이끌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베이스 강좌를 다운 받고 있었다.
베이스를 바로 구비하고 나서 줄을 튕겨 보았다. '둥-' 깊이 있는 낮은 음이 매력있게 들렸다. 베이스 강좌를 듣고 몇 번 연습해보니 일주일만에 손가락에 힘과 속도가 붙었다. 노블이가 하던 연주가 매우 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노블이가 가고난 후 첫번째 연습일에 베이스를 들고 연습실에 갔다.
선비매니저님이 "오, 아로마야 베이스 연습 했구나." 하트 모양의 눈빛과 감격에 겨운 목소리였다.
대학교때부터 클래식 기타를 치고 윙스타에서 일렉기타를 친 덕분에 왼손은 지판에 능숙하고 오른손은 줄을 터치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 덕분에 상대 음감(모든 노래와 음악을 근음을 기준으로 '도'로 인지하는 감각)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었다.
이런 글 쓰면 스스로 민망하긴 하지만, 나는 준비된 베이시스트 인 것 같았다. '왜 진작에 내가 베이스를 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역대 윙스타 베이시스트들이 한번도 선보이지 못했던 슬랩(오른 손 엄지 손으로 줄을 타격하여 내는 울림소리)도 강좌 몇번보고 따라했더니 그냥 되었다.
나의 베이스 노하우를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우선 베이스 초보자의 경우 왼손으로 지판 음과 자리를 익히고 오른손 손가락으로 줄을 튕기는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클래식 기타와 일렉 기타 덕분에 이 단계를 뛰어 넘었지만 처음 치는 사람의 경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최소한 C메이저 스케일(다장조)과 락음악에서 많이 쓰는 블루스 스케일(우리나라의 민요와 비슷한)만이라도 익혀두자.
두번째, 상대 음감의 감각을 익혀야 한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 짜투리 시간에도 무의식적으로 그 곡 조의 근음을 '도'로 마음속으로 따라부르는 습관을 들인다면 매우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하여 음악을 지판으로 바로 옮길 수 있다면 좋고 그것이 어렵다면 악보를 통해 합주 전까지 운지를 익히자.
세번째, 베이스라인의 멜로디를 외워야 한다. 외울 정도로 많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외워 진다면 최고이고, 비슷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멜로디가 반복 되어 헷갈린다면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라도 괜찮으니, '나만의 악보'를 단 '한페이지'로 만들어서 합주때 활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공연 전까지 외우도록 한다. 외우기 힘들더라도 한페이지짜리 악보이니 괜찮다. 베이스는 리듬과 박자가 중요하고 드럼과 딱딱 맞아야 하기 때문에 노블이가 시중에 판매되는 악보를 넘기며 공연 하던것 처럼(클래식 피아노 연주자 처럼)하면 안된다.
밴드 멤버들이 즉흥적으로 "우리 이 곡 해볼까?"했을 때 그 곡을 내가 알고 있다면 바로 손가락으로 구현 되었다. 모르는 곡이라면 그 곡을 베이스 멜로디가 머리속에 들어올 정도로 듣고 익히면 어렵지 않게 칠 수 있었다.
이로서 역대 베이스 멤버중에 가장 파워풀한 베이시스트가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