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위산 저하다
위내시경 후기 글을 올린 지 1주일이 지났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 하면, 그저 내 경험을 소개하는 것이긴 하지만 역류석 식도염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나 식습관이 크게 효과를 발휘해야 쓸만하다 생각해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좀 많이 나아진 상태다.
한 달 전 위내시경 이후 약을 한 달을 먹었다.
정확히는 2주를 먹고 중간에 한번 더 찾아가서 2주 분을 또 챙겨 왔다. 처음 2주를 먹을 때는 크게 나을 생각을 안 했다. 용종을 떼긴 했어서 덜 아픈 건지 내 딴에 약효는 어느 정도 있다 생각했는데 그것도 잠시, 다시 약을 받아오고도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1주일을 먹었을 때쯤 약봉지를 한번 확인했다.
라베젠정 10mg : 위산분비를 억제함으로써 각종 위산과다증상을 개선하는 약 (식전 복용)
다른 약들은 소화불량 및 진통 효과, 위점막보호 등이었는데, 식전에 먹는 위산 억제제는 마음에 걸렸다. 생각해 보면 까먹고 몇 번 식전에 안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속이 좀 편안했던 기억이 났다.
하루 이틀 식전 약 복용을 멈춰봤다. 정말로 속이 괜찮았다. 의사분께서 처방을 잘못했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사실 위산 과다이니 저하이니는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병원을 찾아가지 않았다. 어차피 또 약을 줄 것 같았고, 그렇게 비용이 싸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산을 증가시킬 것 같았던 평소에 먹던 비타민 C를 좀 더 적극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비타민 C는 위산 분비를 촉진할 뿐 아니라 위 점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비타민 C 메가도스를 항상 하긴 했지만 가끔 위산 과다라는 생각에 소극적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밥 먹고 안 먹은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산 저하라는 걸 거의 확정시하고 나서는 기존에 섭취하던 용량 8,000mg에서 12,000mg으로 늘렸다.
이뿐만 아니다. 글루타민을 식전 1시간 전에 반드시 5000mg씩 먹었다. 이 친구는 근성장에 도움이 되는 걸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효과는 미미하며, 위점막을 보호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매운 음식과 커피를 자제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고는, 이제 이 두 가지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외 안 좋은 음식이라고 하는 기름진 음식이나 초콜릿에 대해서는 완전히 끊지는 않고 가끔씩 섭취했다. 중요한 것은 '가끔'이라는 것이다. 자주 섭취하거나 과하게 먹지는 않았기 때문에 간헐적인 소량 섭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중간에 매운 김치나 마늘을 몇 번 먹긴 했는데 그때마다 확실히 속이 안 좋긴 해서 통증이 더 완화될 때까지는 자제했다.
뭔가 음식에 에너지가 떨어진 상황에서 두부는 내 식단에서 정말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예전에는 구운 두부를 즐겨 먹었지만, 위장 상태가 안 좋아진 이후로는 데친 두부만 섭취하기 시작했다. 작은 변화이지만 위장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고기류는 최대한 멀리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삶은 고기와 같이 소화가 비교적 쉬운 것도 있지만, 당시 나에게는 무엇보다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럼에도 3-4일에 한 번 정도는 기름진 음식으로 닭고기 돈까스를 섭취했다. 치즈까지 들어간 돈까스였다. 붉은 고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소화가 쉬운 닭고기를 선택한 것도 의도적인 것이었다.
그럴 때는 따뜻한 물을 한잔 마셔주고, 자일리톨 껌을 무작정 씹어댔다. 씹을수록 소화효소가 나오고 최대한 식도에 자극을 덜 주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그렇게 하면 확실히 좀 나아졌다.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는 안 좋다고 하긴 했는데 난 확실히 나은 느낌을 받아서 잘 모르겠다. 정보가 너무 많으니 이런 것도 말썽이다.
나의 회복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두 가지 원칙은 과식을 피하는 것과 규칙적인 운동이었다. 과일을 섭취해야 할 때는 주식의 양을 줄이고, 음식을 오래 씹어 소화를 돕는 방법을 택했다. 충분히 씹는 행위는 타액과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해 부족한 위산 활동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운동 역시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야외에서 가벼운 조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얼마 전까지 꽤나 추웠는데 그때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케틀벨 스윙이나 아파트 복도에서 10-20분 정도 가볍게 뛰는 실내 운동으로 대체했다. 이러한 라이트 한 신체 활동이 소화를 촉진하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본다.
지금 통증 자체는 많이 완화됐으나 가끔 목구멍에 신물이 올라온 느낌은 가끔 든다. 또한, 잠을 제대로 못 잤을 때도 속이 조금 지끈지끈하다. 병원에서 말하기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수 있다고 하긴 했으니 잠을 제대로 못 잔 것도 스트레스의 일종이라 그런 듯하다. 고로 잘 자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식습관의 개선과 규칙적인 운동의 조합이 나의 위장 건강을 회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비록 시간이 꽤 오래 걸렸지만, 꾸준한 노력과 자기 관찰을 통해 점차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뭐 사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건 안다. 10년 전에도 걸렸던 만큼 역류성 식도염은 꾸준히 나와 함께 갈 것이다.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길 바라면서 겸사겸사 건강도 챙기기 위한 식단을 꾸리는 것이 정말 중요한 듯하다.
역류성 식도염, 요 친구 때문에 열심히 하던 운동도 못하고 이 고생을 했다. 하지만 이 기회를 통해 나는 다시 한번 내 몸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됐으니 고마워해보려고 한다.
http://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category=DIS&medid=AA0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