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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자격증, 나를 말해주는 명함

자격증이 타인에게 주는 믿음의 힘

by 조슬기

“선생님은 자격증 있어요?”


실기 수업을 맡으면 반드시 학생에게 듣게 되는 질문이다. 어쩔 수 없다. 수업 시간에 질리도록 내용을 자격증 시험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취득하라고 잔소리를 하니 학생들 입장에선 순수 호기심 반, ‘선생님은 갖고 있으면서 우리한테 요구하냐?’는 불만 반이 섞인 질문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난 학생들에게 이렇게 답한다.


“니 나이보다 내 자격증 개수가 더 많아.”


처음 이 말을 듣는 학생들의 반응은 놀람과 의심이다. 아마 대부분 학생들이 아직까지 나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을 것이니 ‘대단하다.’는 반응과 ‘에이, 설마.’라는 반응이 갈린다. 물론 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알게 되고, 간혹 끝까지 의심하는 학생에게는 취득 확인서를 보여주면 더 이상 의심하지 못한다.


물론 자격증이 있다고 무조건 수업을 잘한다는 보장은 없고, 자격증이 없다고 수업을 못하라는 법은 없다. 자격증이 없어도 실습수업을 잘 하시는 선생님들은 많다. 하지만 자격증을 가졌다는 것은 시험장에 직접 다녀왔다는 의미이고 그건 곧 시험장 분위기나 유의사항 등 세부적인 내용을 직접 겪어봤다는 증거다.


수험생 입장에서 시험장은 미지의 세계다. 겨우 시험 한번 치고 오는 장소일 뿐이지만 그 시험 한 번에 작게는 희비가 갈리고 누구는 생계가 갈릴 수도 있다. 시험 시작 전에 진행요원이 시험과 관련된 안내 및 주의사항을 설명해 주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긴장하여 듣고도 다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처럼 시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시험장에 다녀온 사람, 즉 자격증 취득자다. 그런 경험이 내게는 단순한 이력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그건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내 이름 석자보다 더 확실한 명함이었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실기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 팁을 전수한다.


“내가 알려준 대로만 해. 그것만 지켜도 너희는 시험장에서 절반 먹고 시작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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