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자격 2

이걸 2편을 썼다고?

by 게인

저번에 꼰대의 자격에 관해서 글을 쓰면서 상당히 꼰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많인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꼰대는 필연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만들어진 꼰대 문화' 말고, 원 느낌 그대로의 꼰대를 말하는 겁니다.






어느 글에선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전에는 제일 많이 가지고 있던 자원이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비싸고 부족한 자원이 되었다고 말이죠. 사실 꼰대가 되는 가장 큰 근원은 그 부분에 있습니다. 바로 시간이라는 지점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단지 시간이 오래돼서(?) 꼰대가 된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시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이를 많이 먹은 것이 핵심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누적된 기억이 문제입니다.


그 얘기가 그 얘긴 거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다릅니다. 모든 나이가 든 사람이 예전에 대한 많은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히 같은 시간을 살았다고 똑같은 양의 경험과 능력이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은 저보다도 여러분이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만일 나이가 드는 만큼 누적되는 것이었다면 같은 수업을 받으면 다 똑같이 공부를 잘하고 국가에서 제일 현명한 사람은 가장 연장자가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단순이 아는 것이 많아졌다고 꼰대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다시 처음 부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꼰대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입니다. 누군가는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에 여유가 생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없어집니다. 그동안 누적되면서 만들어진 인간관계, 사회적 지위, 가족과 같은 모든 것들이 자신들의 계획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을 줄입니다.


우리가 흔히 꼰대가 된다는 것은 '최근의 감각에 맞는 시각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아니었던 것들이 지금은 맞기도 하고, 그걸 떠나서 지금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그 느낌과 기분을 공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그저 머리가 굳어버려서 그런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개개인이 즐기는 음악의 취향은 보통 10대에서 30살 이전에 거의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 시기와 감성에 유행했던 것들이 그들의 음악적 성향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물론 같은 시기에도 색다른 것을 즐기는 사람은 존재하겠습니다만 이것은 사회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이기에 전반적인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7080'과 같은 음악적 시대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생겨났습니다.


bass-guitar-g5183da917_1920.jpg 음악에 대한 감성은 생각보다 변화하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그 시기에 우리가 사회적으로 타인과 가장 많이 공감하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융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7080이나 90년대 댄스음악 장르에 대해서 지금도 그리워하며 듣고 있습니다. 오히려 개성을 중시한다며 흐름과 공감을 무시했던 X세대 음악을 표방하던 것들은 '공감'이 부족했기에 그 시절을 지났던 사람들에게 지금 이 시절이 되어도 크게 공감받거나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그러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20대를 중심으로 10대와 30대 초반까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그런 감각을 유지하면서 사는 게 불가능하진 않지만 드물다는 이야기죠.


나이가 먹어서 감성이 굳어서 그런 걸까요?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주된 이유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오히려 '주 활동 연령대'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세돌이라는 바둑기사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날린 기사입니다. 아주 어린 나이에 데뷔를 했고, 천재로 불리기도 했으며, 이창호의 뒤를 이어 한국 바둑계를 쥐락펴락했던 대단한 인물입니다. 특히 우리에게는 알파고에게 '졌지만 잘 싸웠다'였던 걸 기억합니다. 한판을 따내던 순간은 바둑 팬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인상 깊게 남아있을 겁니다. 그런 이세돌 기사가 프로기사를 은퇴하고 나서는 간간히 예능프로에 얼굴을 비췄습니다. 심지어는 방송에서 대놓고 특정 걸그룹의 팬임을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세돌 기사의 인터뷰 짤은 아주 유명한 짤 중에 하나가 됐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친구들이 걸그룹 이야기를 해도 '그게 뭐?' 이랬는데 프로기사를 그만둘 무렵쯤에는 '와~!'하고 있었다는 인터뷰였죠. 친구들이 걸그룹, 만화, 음악 등등 다른 취미에 대해서 공감하고 나누고 빠져들 시간에 아마도 이세돌 기사의 시간의 대부분은 바둑과 함께였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회와 담을 쌓고 산 것은 아니었겠지만 아무래도 주변 또래에 비해서 정보와 유행에 민감하기 어렵고, 공감대 형성은 더욱 어려웠겠죠.


go-g62714ccba_1920.jpg 이 반상 위에는 우주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자기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던 '주 활동 연령대'가 어린 시절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바둑과 같이 경쟁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었기에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10대 청소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친구들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게임, 연예, 유행... 거기다 지금은 SNS와 유튜브가 활성화되고,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져서 미디어를 끼고 살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연령대들은 무언가 '통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런 그들의 성향은 그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주 활동'을 하기 전인 20대까지도 이어집니다. 특히 인터넷과 커뮤니티를 십수 년간 이어오던 습성은 그들에게 틈만 나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인터넷을 기웃거리게 만들죠. 자신들이 개성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지금 시대야말로 주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 또는 '진로적'인 주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특정 직업이나 계열을 제외하고는 유행에 민감하기 쉽지 않습니다. 거기다 보통 같이 일하는 영역의 사람들은 연령대가 비슷하다는 지점도 있죠. 거기다 결혼과 가정생활은 더욱 외부활동에 시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초반에 말씀드린 '시간'은 이런 부분을 말합니다. 새롭게 바뀌어가는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해하거나 공감하는데 필요한 그 '시간'자체가 부족하다는 이야깁니다. 가끔 흔히 말하는 '동년배'사이에서도 유행이나 트렌드에서 밀려나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보통 그런 친구들은 무언가 다른 환경이나 행동에 시간을 할애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연령대에게는 연령 대끼리의 공감대가 중요하기에 그러한 처지가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children-g1637219f7_1920.jpg 또래문화가 가장 중요한 건 어릴 때입니다. 그런데 요새는 유튜버들이 아이들에게 또래 이상의 영향을 줍니다. 그럼 과연...?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만 되어도 10대의 트렌드를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주 이전부터 '또래문화'라는 것이 존재했습니다. 그러한 또래문화가 이전에는 그저 또래들 사이에서 구전으로 나눠졌다면 지금은 SNS와 인터넷 환경이 단 하루 만에 전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연결해버립니다. 그런 환경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죠. 지금의 어르신들이 '톡방'에 젊은 친구들만큼이나 집착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거기다 또 한 가지는 누적된 경험과 지식에 의한 선입견입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통해서 사물을 판단합니다. 가끔 같은 제목을 가진 노래를 가지고 세대를 파악하는 종류의 유머가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런투유'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뭔지 물어보는 것처럼 말이죠. 세대가 아니라면 자신이 관심이 있는 장르에 따라서 같은 영어 단어를 다르게 기억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노래 제목으로, 누군가는 게임 기술이나 아이템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코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누적된 경험이나 기억이 오히려 트렌드에는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새로운 유행이나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기존의 지식이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지점이 '누구나 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젊은 꼰대가 가능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오프라인 또래집단이 약해지고 통신환경과 온라인에서 연결에 익숙해진 세대는 타인들보다 유행에 민감한 만큼 쉽게 받아들입니다. 다만, 자신이 받아들인 문화나 유행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는 정말로 트렌드가 맞는지, 아니면 '만들어진 유행'인지 조차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고집하고 있는 유행을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20대 후반만 되어도 꼰대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사실 '꼰대'라고 계속 적고 있지만 일종의 세대갈등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개별화되고 온라인화 된 사람들 간의 연결은 세대갈등을 일견 좁힌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몇몇 사례를 전면에 내세우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노년층이 인기 유튜버가 된다든가, 온라인을 통한 동아리 활동을 즐기는 등의 모습을 미디어가 조명한다면 '마치 모든 세대의 갈등의 해결에 대한 실마리'가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그러나 실제로는 SNS 초기부터 계속 제기되고 있는 'SNS'라는 폭력적 실시간 네트워크는 소외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세대 이상의 갈등 요소를 품고 있는 것이죠.


위의 글 대부분이 유행이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니 꼰대를 단순히 유행에 뒤처진 구닥다리처럼 착각하는 것 아닌가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행은 그 자체에 어떠한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랩'이라는 형식의 음악이 처음 나왔을 때 그 시대의 '꼰대'들은 이게 무슨 음악이냐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예시가 간편해서 유행을 예시로 들었지만 일반적인 '문화'자체가 다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회식문화를 '좋아하기만 해도' 꼰대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지금 세대들은 마치 예전 모든 사람들이 회식을 다 싫어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문화의 세대적 차이와 개개인의 취향 차이가 겹치는 부분일 뿐입니.


toast-g8012ddaea_1920.jpg 저는 회식이 그립습니다. 하고 싶은 말만 터놓고 할 수 있다면 말이죠.


이러한 갈등 요소를 부추기는 것이 이전 글에서 가끔씩 미디어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유입니다. 어떻게 조명을 하느냐에 따라서 긍정적인 면을 부각할 수도 있고, 부정적인 면을 부각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 하면 사람들은 쏟아지는 정보를 일일이 판단하는 '리터러시'에 피로를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이 '리터러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커뮤니티적 성향에 휩쓸리기 마련입니다. 개개인의 리터러시로 커버하기에는 정보의 양이 너무도 방대하고 과다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리터러시가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앞 글에서 말했듯이 저는 꼰대입니다. 저 역시 최근의 트렌드를 이해하기에 시간이 부족하고, 누적된 지식에 기대어 사물에 편견을 갖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동년배'들 중에서는 트렌드에 좀 빠삭하고, 락에 미쳐서 살았던 20대를 보낸 것 치고는 걸그룹, 보이그룹에 대해서도 잘 아는 편입니다.


이러한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하더라도 저는 꼰대를 벗어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던 음악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새로운 게임이 나와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심지어는 좋아하는 책조차도 읽을 시간이 모자랍니다. 잠시 여유를 갖고 쓰던 글도 쉽게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트렌드를 따라가겠다고 중학교 때 먹던 포켓몬 빵을 열심히 따라가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사실 아이들 때문에 이미 800개가 넘는 포켓몬 중 절반 이상의 이름을 들어봤거나 알고 있습니다만.


유행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자세는 좋지만, 타인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휩쓸릴 필요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감탄하고, 감동을 주는 것에 손뼉 치는 삶을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이제 정말 시간이 모자란 '꼰대'들이라면 말이죠.


꼰대 여러분. 시간은 아쉽게도 우리 편이 아닙니다.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중요하지만 갈수록 모자란 시간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에도 모자랍니다. 꼰대가 두려워서 좋아하지 않는 행동이나 사실들에 너무 많은 고민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갑질과 꼰대는 다르니까요.







@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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