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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설 Jul 15. 2023

오늘도 죽고 싶었냐고 물어봐 줄래

나에게는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처음 양극성장애환자임을 밝히면서 시작했던 글이 있다. 그 글을 쓰면서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내 글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또 우울증과 조증의 널뛰는 감정을 겪을 때마다 아프고 힘든 날을 꾹꾹 눌러 담아 썼다. 그런 글을 읽고 누군가는 공감하기를 바랐다.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 같은 애가 또 있네?' 같은 거 말이다.     


늘 생각했다. 누구든 나에게 오늘도 죽고 싶었냐고 물어봐주면 좋겠다고.  

    

죽고 싶었다는 것을 고백할 때는 나를 위해 글을 썼다. 맨날 혼자서만 되뇌었던 그 단어를 이곳에서 수십 번도 넘게 쓰면서 나는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허구한 날 죽고 싶었다는 글을 쓰면서 결국엔 살아낸 오늘 하루를 스스로 돌아보기도 했다. 답도 없는 인생에 버틸만한 구석이 있는지 고민하려 노력했고, 내 글 속의 죽음이라는 단어가 불쾌하고,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동안 양극성장애로 힘든 나날을 보냈던 이야기와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필명뒤에 숨어서 쓰는 이야기. 사실 고백하자면, 가감 없이 솔직하게 써야겠다고 늘 마음먹으면서도 정작 그렇게는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막상 글을 쓰다 보면 자꾸만 썼던 문장을 지우고, 다시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감추고, 숨었던 적이 많았다. 그런 뒤 글을 발행하고 나면 밀려드는 후회와 미련. 조금 더 솔직하지 못했던 나를 향한 아쉬움이었다.     


과연 어디까지 솔직해야 하는가. 아무리 필명을 가지고 쓰는 글이라고 해도 이곳에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그래서 더 고민이 많았다. 그 흔적에 나의 삶을 어느 정도까지 솔직하게 내보여야 하는 걸까. 아니 그래도 되는 걸까. 늘 망설였다. 하지만 브런치에 올라오는 수많은 작가 분들의 글을 보면서 '아니, 이렇게 까지 솔직하다고?'라는 생각에 놀랐던 적이 많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용기가 정말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솔직하고, 화끈한 글을 써보리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나의 글에 관심을 보여주는 분들이 계셨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고, 감사하게도 항상 라이킷을 눌러주셨던 그분들의 필명을 하나하나 다 기억한다. 그분들 덕분에 매일 부족하지만 꾸준히 지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레 겁을 먹고 더 솔직하지 못했을 뿐, 생각과 감정, 이야기가 진심이 아니었던 적은 없다. 글 하나하나에는 그날의 진심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래서 부족하고, 아쉽고, 미련이 남는 글임에도 발행을 취소하지 않았다.   


나의 글은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여전히 매일 병원에 다니고 있고, 간신히 헬스장도 가고 있으며, 우울할 때 구웠던 고구마도 아직 남았고, 하지불안증으로 고생 중이다.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엔 여전히 이상해지고, 예고도 없이 조증이 올까 봐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에게는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그래서 이 글을 끝으로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다시 새로운 글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언제나처럼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나의 글에 공감하고,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이번엔 전보다 조금 더 솔직하고, 가감 없이 글을 쓰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그렇게 글로써 한없이 약하고, 불안한 존재인 나를 치유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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