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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유니온 Nov 09. 2021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까지의 여정

진로 선택을 위한 방황과 고민

어떤 사람은 1부터 10까지 일을 차근차근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이 제각기 다른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혀가며 일을 배우고 있다. 그렇게 배우는 것이 괜찮은 사람도 있고, 버거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나에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 알아가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어린 나이에 홀로 부딪혀가며 일을 배웠으며, 자신의 적성을 고민하며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 힘들지만 버티기도 했다. 그럼에도 앞으로 할 평생의 업을 찾고 싶다고 했던 인터뷰 참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지금은 건축모형을 제작하는 일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형태라서 업무가 있다고 연락이 오면 일을 하고, 없을 때는 쉬면서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Q : 처음으로 했던 일이 어떤 일자리였는지 궁금하네요.

A : 처음 하게 된 일은 미용실에서 일하는 거였어요. 어머니가 권유를 하셔서 시작했고, 제가 나름 손으로 뭔가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제안 해주셨거든요. 그리고 가정형편이 넉넉한 게 아니어서 대학을 진학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직업학교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땄고, 그 이후에 취업하게 됐어요. 미용실에서는 2년 정도 일했던 것 같아요.


Q : 부모님이 미용을 추천해주셨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A : 처음에는 제가 해본 일도 아니었고,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불안했어요. 그때는 되게 막막해서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될지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추천해주신 것도 있으니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하는 거였으면 부담감이 더 컸을 것 같은데 직업학교를 먼저 갔다가 취업하는 코스여서 부담이 덜 했어요. 다른 친구들도 같은 나이 또래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저도 그런 생활을 하고 싶었거든요. 


Q : 미용실에 취업하는 과정도 어땠는지 궁금해요.

A : 제가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자격증을 따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계속 연습하고 학교에 나가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결국 합격한 뒤에 어디로 가야 될지 막막해 하던 참에 지인 소개로 운 좋게 일할 기회가 생겼어요. 


Q : 처음으로 미용 일을 시작하게 되면 낯선 환경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힘들지 않으셨어요?

A : 일 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제가 너무 어린 나이였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고, 일이란 것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미용실 일이라는 게 내 일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고객을 상대해야 되는 일이잖아요. 제가 활달한 성격도 아니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데 누군가를 응대하는 일이 너무 부담되고 힘들었어요. 일하면서 속으로 ‘괜히 했나보다, 언제 그만둬야 되나, 이게 맞나?’ 이런 생각 진짜 많이 했어요. 후반으로 갈수로고 숙련이 쌓이면서 잘하긴 했지만 초반에는 혼나기도 많이 혼났어요.


                        

Q : 어떤 일로 혼나셨어요?

A : 손님들한테 문제제기가 들어왔었어요. 빨리빨리 해줘야 되는데 제가 눈치가 없다고 하고, 어리바리 했던 거죠. 시켜도 뭐가 뭔지 잘 모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바빠지면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되니까 정신이 없었어요. 제가 예상치도 못한 상황들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요. 나서서 해야 되는데 다른 스태프들이랑 경쟁해야 되는  것 같고, 그 사람들의 기회를 내가 욕심내서 뺏는 것 같아서 머뭇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머뭇거리고 나서지 못하니까 거기에 대해서 많이 혼내셨어요. 


Q : 미용실 일을 그만두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A : 일터에 계신 분들이 저한테 ‘일을 못한다’라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그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고, 솔직히 그런 얘기 들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그 정도로 일을 못 하는구나 싶었거든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당시 저로서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만두기 직전에는 같이 일하는 분들이 일을 잘 한다고 하셨고, 실제로 숙련도가 쌓이면서 일을 잘 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너무 힘든 것과 나랑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에 미용실 일은 그만두게 되었어요. 


Q : 그만 두시고 다음 진로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을 것 같아요.

A : 그렇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했죠. 주변에서는 제가 아직 어린 나이니까 대학을 가보는 것을 추천했어요. 그렇지만 제가 공부에는 취미가 없는 것 같아서 다른 일을 찾아봤죠. 그러던 중 부모님이 신문 구인구직란에 건축 모형을 만드는 일자리가 있다며 알려주셨어요. 경험이 없어도 배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어요.


Q : 건축 모형 만드는 일을 하면서는 어땠어요?

A : 일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다니’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녔던 것 같아요. 손을 사용해서 섬세한 작업을 해야 되는 게 저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아크릴을 자르거나 붙이는 것도 신기했고, 모형이 딱 떨어지게 맞추는 것과 자그마한 것들을 만들고 보는 것이 기분이 좋았거든요. 새벽까지 밤샘 근무를 하고 다음 날 컵라면을 먹고 다시 일을 해도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모형업계에서 여성이 많지 않거든요. 힘을 많이 요구하는 일이고, 기계톱이나 레이저 CNC 이런 장비를 써서 위험하기도 하고요. 


Q :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요?

A : 규모는 작은 편이었어요. 직원이 2명이 있고, 사장님과 사모님이 같이 일하는 구조였어요. 저까지 포함해서 총 5명 정도 일했어요. 추가로 필요한 상황일 때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하고요.                         


Q : 모형 제작 일을 그만 둔 뒤에는 계획이 있었나요?

A : 아니요. 딱히 계획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당시에는 쉬고 싶었어요. 그 동안 너무 육체적인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다른 성향의 일을 찾아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요. 사무직처럼 가만히 앉아서 내 일만 하는 그런 일을 찾아봤죠. 지인을 통해서 일자리를 찾고 면접도 봤는데, 막상 가보니까 저랑 너무 안 맞을 것 같아서 하지 않았어요. 


Q : 대학교 진학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혹시 그 이유가 있나요?

A : 고민을 하긴 했었어요. 그런데 선뜻 용기가 나지는 않았어요. 제가 뭔가 선택해서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건데, 그 부분에 겁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는 제가 대학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거든요. 아버지가 우리 집 형편이 어려우니까 저는 대학 보내주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수시원서까지 냈는데.. 안 된다는 걸 너무 늦게 알게 된 거죠. 당시에는 실망이 컸어요. 그래서 대학교를 진학하는 건 선택지에서 제외된 거죠. 


Q : 그 이후에 다시 대학교를 진학해볼 생각은 없으셨어요?

A : 있었어요. 일을 그만 둘 때 마다 대학교 진학에 대한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경력이 좋지 않으니까 학력이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렇지만 비용과 시간의 문제가 있으니까 더 용기를 못 냈던 것 같아요. 


Q : 그동안 했던 일을 돌아보면, 어떤 것이 있었으면 도움이 되었을 것 같나요?

A : 제가 미용을 하면서 정말 힘들었던 건 인간관계나 서비스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었어요. 일을 할 때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지도해주거나 안내해주는 것들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직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런 것들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도와주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어요.


Q : 불안감이나 불안정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까 거기에서 오는 불안감이 있어요. 하지만 불안감이 큰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때에는 너무 괜찮기도 하고요. 어쨌든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려면 경제활동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게 일정하지 않으니까 거기에서 불안감이 오죠. 저한테 일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것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니까 다시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계속해서 제가 경제적 소득이 필요할 때 마다 일을 찾아서 해야 되는 부담감도 있고요. 


Q : 불규칙하게 일을 하셨던 것 같은데요. 생활비 같이 일정한 소득이 필요할 때 불편함은 없었나요?

A : 제가 생활비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래도 불안함 같은 건 항상 있는 편이에요.


Q : 마지막으로 직업이나 일자리가 갖는 의미가 있을까요?

A : 요즘은 평생직장이나 평생직업 이런 것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평생 업으로 삼아서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어요. 분명한 목표가 생기고 하고 싶은 것이 생기고 그런 것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일을 빨리 찾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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