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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서 May 08. 2023

목소리의 온도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모국어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화 통화하는 걸 듣게 되면 좀 낯설다. 내가 아는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 같서다.


말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기 전에도 나는 목소리를 잘 기억하는 편이었다.


신촌에서 친구와 영화 '신과 함께'를 보고 나온 밤.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며 우리는 차태현 엄마로 나온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고 검색해 봤다. 연극배우 출신일 것 같다고 말하며 인터넷에서 배우 예수정 씨를 검색했을 때 프로필을 보고 내가 왜 처음 보는 이 배우에게 친숙함과 편안함을 느꼈는지 알았다.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어머니 정애란


'아, 전원 일기 그 할머니 딸이구나.'

나는 드라마 전원 일기를 좋아했다. 평화로운 농촌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았고 갈등들이 마지막에 다 해소되고 아무도 다치지 않는 무해한 드라마라서 좋았다.  


일용 엄니가 자주 찾아가던 회장님 댁 할머니 방은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따뜻할 것 같았다. 따끈한 아랫목에  털조끼를 입고 앉아 계시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아랫목 같은 온기가 있었다. 별말이 아니어도 그 따뜻한 목소리로 느릿하게 한 말씀 해 주시면 나도 일용 엄니와 함께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예수정 배우의 목소리도 엄마처럼 온기가 있다. 느릿한 말투도 비슷하다. 그래서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언젠가 연극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 목소리에 온도가 있다면 그런 온도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싶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수하는 '얼죽아'.

'얼죽아'의 반대말이 뭔지 모르겠지만 나는 더운 날에도 웬만하면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카페 직원들이 주문을 다시 확인하는 걸 보면 한여름 무더위에 뜨거운 걸 시키는 손님이 나밖에  듯하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따뜻한 커피와 따뜻한 목소리를 좋아하는 취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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