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싫어."
"안돼."
결국, 가출까지 했던 나의 결심은 보란 듯이 무너졌다. 그때 생각하기를 자식이기는 부모는 없다는데, 왜 우리 부모님은 나를 항상 이기는 걸까?
그렇게 나는 지옥 같은 3년을 보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그 사건 이후로 아무도 나를 건들지 않았고, 학년이 바뀌면서 조용한 친구들과 조용히 친하게 지내며 다닐 수 있었다.
졸업사진 찍는 날이었다.
중학교 시절에 나의 모습을 평생 간직할 사람들이 최소 300명이라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으면 했다. 전학도 못 가고, 3년을 꾸역꾸역 다녔지만 마지막으로 부탁한 건 졸업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었다.
당연히 엄마는 안된다고 했다. 졸업사진은 다 찍는 건데 어떻게 너만 안 찍냐며 화를 내셨다. 정확히 두 가지 이유를 말했다.
1. 내가 그들에게 기억되는 것이 싫다.
2. 그들과 한 앨범에 남아있는 것이 싫다.
나의 고집에 엄마는 죽을 것 같다며 그러지 말라 했다. 그렇게 졸업사진을 찍는 아침. 한바탕 하고 억지로 등교를 했다. 그리고 나는 졸업사진을 찍기 직전 담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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