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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Apr 13. 2024

타협

실패

부모님은 나를 찾으러 할머니 댁으로 왔다. 그리고 부모님은 나를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왜 여기를 와!! 학교를 가야지?!!"

"학교 가기 싫어서. 전학 가고 싶어."


울면서 전학을 보내달라고 했다. 나의 말에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전학을 가면 해결이 돼? 아니? 너 왕따 당한 거 소문나서 또 왕따 당할 거야. 

여기서 버텨."

"싫어."

"안돼."


결국, 가출까지 했던 나의 결심은 보란 듯이 무너졌다. 그때 생각하기를 자식이기는 부모는 없다는데, 왜 우리 부모님은 나를 항상 이기는 걸까? 


그렇게 나는 지옥 같은 3년을 보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그 사건 이후로 아무도 나를 건들지 않았고, 학년이 바뀌면서 조용한 친구들과 조용히 친하게 지내며 다닐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내게 중학교 시절은 썩 좋은 추억은 없다.  조용하게 지나갈 듯했던 중학교 시절의 끝자락 또 한 번의 사건이 터졌다. 

졸업사진 찍는 날이었다.

중학교 시절에 나의 모습을 평생 간직할 사람들이 최소 300명이라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으면 했다. 전학도 못 가고, 3년을 꾸역꾸역 다녔지만 마지막으로 부탁한 건 졸업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었다.


당연히 엄마는 안된다고 했다. 졸업사진은 다 찍는 건데 어떻게 너만 안 찍냐며 화를 내셨다. 정확히 두 가지 이유를 말했다.


1. 내가 그들에게 기억되는 것이 싫다.

2. 그들과 한 앨범에 남아있는 것이 싫다.


나의 고집에 엄마는 죽을 것 같다며 그러지 말라 했다. 그렇게 졸업사진을 찍는 아침. 한바탕 하고 억지로 등교를 했다. 그리고 나는 졸업사진을 찍기 직전 담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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