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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Apr 10. 2024

가출하다

갑자기

학교를 가는 중이었다.

여느 때처럼 학교 앞에 도착했다. 교문 앞에 선생님과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저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교문을 30미터 남겨놓고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저 문을 통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나를 감 쌓았다. 매일 가는 길인데, 매일 아침 가는 거였는데 눈물이 흘렀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학교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지하철 역이 있었고,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은 7천 원.

고작 7천 원 언저리를 가지고 나는 지하철역으로 무작정 갔다. 8시 30분까지 등교였던가? 8시경이었던 것 같다.  아침을 밝히는 바쁜 사람들의 움직임 북적거림이 심장을 더 뛰게 했다.


모두가 저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나는 학교도 가지 않고 무작정 지하철역으로 오다니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았다. 

가출을 해야지! 하고 계획한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가출. 


지하철 화장실에 가서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가방에 교복을 쑤셔 넣고, 7천 원을 주머니에 꾸깃꾸깃 구겨 넣었다. 역 안에 있는 사물함에 가방과 실내화가방을 넣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껐다. 핸드폰을 그 안에 넣을까 하다가 넣지 않았다. 그리고 2천 원?이었던가? 를 써버렸다.


남은 돈은 5천 원 남짓, 지하철 요금을 내니 또다시 4천 원 하고 몇 원 정도.. 짤랑이는 동전이 주머니 안을 굴러다녔다.' 뭐지..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과  ' 나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담았다. 


학교는 안 갔지만 가출을 계획한 것도 아니어서 갈 곳을 정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도망친 신세였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고 짜내도 갈 곳은 딱 한 곳이었다.  


" 외할머니댁 " 


어린 시절 오랫동안 나를 돌봐주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그리고 사랑하는 삼촌이 있는 그곳으로 가야 했다. 나를 지켜주고,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그나마의 안식처. 나의 도피처. 


당시 아빠의 차를 타고만 몇 번 가보았지 직접 대중교통을 타고는 가본 적 없던 그곳을 나는 찾아갔다.  외할머니가 있는 동네역에 내렸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다시 찾아가는데 버스를 타려 해도 어딘지를 모르겠어서 탈 수가 없었고, 물어보려 해도 알 수가 없으니 물어도 못했다.


그나마 기억나는 건 커다란 드라이브스루가 있는 맥도날드. 


우리나라에 드라이브스루가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 생긴 맥도날드 지점이라고 들은 이야기. 그리고 무슨 성문 근처 어딘가.


처음에는 택시를 탔다. 4 천얼마의 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많지 않았다. 근처 성문의 맥도널드가 있는 곳이요. 가던 길에 가지고 있던 돈이 떨어졌다.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나는 운전기사 아저씨께 죄송하다며 여기서 내린다고 했다. 


차가 쌩쌩 달리는 모르는 도로에 내렸다. 도로는 사거리였는데 마침 경찰이 서있었다.


 '길을 물어볼까?'생각했다. 


'아니, 길을 물어보면 내가 가출청소년이라고 생각해서 잡아가면 어떻게? 안돼.'


또 다시 도망치듯 그자리를 벗어났다. 무작정 걸었다. 걷고 걷고 걸었다. 아는 길이 나올때까지 걸었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 아빠와 차를 타며 가던 길을 찾았고, 차에 길을 기억해내서 그 길을 따라 걸어올라가자 할머니가 사는 동네가 보였다. 


"됐다. 왔다."


12시. 


장작 4시간 정도를 헤매며 찾아갔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은 모두 놀랬고, 나를 달래주었다. 짧은 4시간의 가출이 끝이났다. 부모님은 곧 바로 나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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