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늘 하는 고민입니다. 물론 고민할 필요 없이 짬뽕보다 짜장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도 쌀쌀하고 비까지 조금씩 내리는 추운 날에는 짜장면 말고 짬뽕을 먹어야 하나 고민합니다. 반대로 짬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짜장면을 먹어야 하나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매번 짜장면 먹을지 짬뽕 먹을지 고민합니다. 어려운 문제 앞에 선 학생처럼 말이죠.
이 어려운 문제에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멋지게 등장한 것이 있으니, 짬짜면입니다. 1990년대 말 즈음에 나온 짬짜면은 칸막이가 있는 전용 그릇에 한쪽에는 짜장면을 다른 쪽에는 짬뽕을 넣어서 파는 메뉴입니다.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고민할 필요 없이 둘 다 먹을 수 있게 된 것이죠. 발명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참 대단한 분입니다. 그러나 이 대단한 발명도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라는 고민을 완전히 끝내지는 못했습니다. 짬짜면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짜장면 먹을지, 짬뽕 먹을지 고민합니다. 왜 그럴까요? 짬짜면이라는 대단한 선택지가 있음에도 여전히 짜장면 먹을지 짬뽕 먹을지 고민할까요?
짬짜면이 가진 장점은 짜장면과 짬뽕 둘 중에 하나를 고르면 다른 하나를 못 먹게 되는 아쉬움을 막아 주는 점입니다. 다만 짬짜면 역시 아쉬움이 있는데, 짜장면이든지 짬뽕이든지 하나를 온전히 시켜서 먹을 때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점입니다. 희한하게도 짬짜면 속 짜장면은 짜장면 하나를 시켜 먹을 때보다 맛이 덜 합니다. 짬뽕 한 그릇을 다 먹고 난 후에 느끼는 맛과 기분을 짬짜면으로는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정리하면 짬짜면은 둘 중 하나를 먹지 못하게 되는 아쉬움을 막아주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하나만 시켜서 먹을 때만큼의 만족감을 주지는 못합니다. 최악의 실패는 막아주지만, 최고의 성공까지는 주지 못하는 선택. 도전보다는 안전을 우선하는 선택. 이런 이유 때문에 짬짜면을 옆에 두고 짜장면 먹을지, 짬뽕 먹을지 여전히 고민하는 이가 있습니다.
티브이에 나온 한 외국인이 한국사람들이 개성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비슷한 노래를 듣고, 비슷한 음식을 먹는다면서 말이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실패를 막아주는 짬짜면 같은 선택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 top100 곡을 듣거나, 넷플릭스를 볼 때 오늘 대한민국의 top10을 보면 실패할 확률이 적습니다. 유행하는 옷과 헤어스타일을 따르는 것도, 관광할 때 리뷰와 평점 순위가 높은 숙소와 관광지를 선택하는 것도 실패를 최소화합니다. 짬짜면처럼 실패를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짬짜면이 그러하듯 우리에게 최고의 성공을 주지는 못합니다. 대체적으로 스타일은 좋으나, 개성이나 취향은 부족한 상태가 되겠지요.
실패를 피하는 일에 집중해서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과 기쁨의 문을 온전히 열기 힘듭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와 영화는 많은 경우 top100에서 찾아지지 않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이나 관광지가 가장 인상 깊은 추억이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실패와 도전이 함께 할 때에 만족감도 높아집니다. 그것이 뭐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노래, 영화, 음식이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내가 듣는 노래, 내가 보는 영화, 내가 먹는 음식도 내 마음대로 고르지 못한다면 더 중요하고 무거운 각자의 인생은 어떻게 스스로 만들어 가겠습니까? 인생의 선택도 음식을 선택하는 일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짬짜면 같은 안전한 선택지도 있고, 짜장면을 포기할 때에만 얻을 수 있는 한 그릇의 짬뽕 같은 선택지도 있습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짬짜면이나 안전한 선택을 무시하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성공을 기대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질문을 던질 뿐입니다. 짜장면을 선택할 때 먹을 수 없는 짬뽕을 아쉬워하기보다,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짜장면을 기대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만의 스타일로 옷을 입고, 핸드폰으로 남들이 잘 안 듣는 노래를 들으면서, 손님이 많지 않은 동네의 단골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일도 낭만 있지 않습니까? 물론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겠지요. 그러나 그만큼 성공의 확률도 높아집니다.
글을 쓰는 지금 점심시간이 다 되었네요. 점심 메뉴는 자연스럽게 둘 중 하나입니다. 짜장면 아니면 짬뽕. 오늘도 짜장면 먹을지 짬뽕 먹을지 고민됩니다. 제 선택은 짜장면입니다. 한 그릇의 맛있는 짜장면을 기대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만의 맛있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