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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서안 Jul 07. 2023

겁도 없이 너에게 뛰어들었고

우리는 무지개를 만들었지


우리가 안 되는 이유가 백만 가지여도,
나는 너를 사랑해


영화 <엘리멘탈>에 나온 대사 한 줄이다. 울보 웨이드가 앰버에게 하는 말! 인공 앰버와 웨이드는 정말 안 맞는 스타일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둘은 첫 만남도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물과 불.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둘은 고난과 역경을 함께 헤쳐나가고, 마침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엔딩 장면을 보면서 거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사실 조금 울었다). 무엇보다 곳곳에 녹아 있는 한국적인 요소가 이 영화를 더 다채롭게 만들어준 것 같다. 앰버가 아빠를 '아슈파'라고 부르는 것이라던지, 앰버의 부모님이 고향을 떠나면서 큰 절을 하는 장면 등에서. 피터 손 감독이 한국계라는 사실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 사랑은 그런 거구나.' 풀 한 포기 없던 들판에 단숨에 꽃이 피어나는 것. 우산 따위 저 멀리 던져버리고 함께 비를 맞으며 춤을 출 수도 있는 것. 잔잔하게 일렁이던 호숫가를 단숨에 번개가 내리치고 거센 풍랑이 휘몰아치는 대양으로 뒤바꿔버리는 것.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마음이 아닐까? 


앰버의 부모님인 버니와 신더처럼 서로 닮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도 좋지만, 앰버와 웨이드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그만큼 부딪히는 일도 많겠지만, 둘의 손이 조심스럽게 맞닿았을 때 수증기가 끓어올랐던 것처럼 극과 극이 만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세상에 있는 그 누구도 나와 완벽히 같을 수는 없다. 그 사실을 늘 인지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갈등은 상대방을 나와 동일시하는 착각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한들 너는 내가 아니고, 우리는 어디까지나 남이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수는 없어?"라는 말은 애당초 성립될 수 없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내가 자라온 배경과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라는 뿌리에서 뻗어 나온 것인데, 그것은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결코 알 수 없는 부분이니까. 정말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탓하기보다는 대화로 잘 풀어가려고 노력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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