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러니까. 멀리 멀리 떠나왔다. 시끄러운 트럭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도 별을 가로막는 높은 빌딩 따위는 없다. 이따금 혜성이 지나가는 게 전부다. 그 외에는 허공에 둥둥 떠서 이렇게, 저렇게 몸을 마음대로 뒤틀면서 놀거나, 그마저도 질리면 소처럼 기억을 꺼내 잘게 곱씹는 것이다. 별로 유쾌하지는 않은 기억이지만 달리 할 일도 없다.
내가 떠난 뒤로 지구에서는 시간이 얼마나 많이 흘렀을까? 청서는 이제 또박또박 말을 잘할까? 또래보다 말이 느리다고 언니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청서가 어른이 되어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그 애가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하이브리드라면 더욱 특별한 방식으로 기억을 저장할지도 모른다.
청서는 긴 수명을 가진 요정과 엄청난 힘을 가진 로봇을 결합해서 만들었다. 원래는 특수요원이 될 예정이었지만, 지나치게 인간 친화적인 성향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청서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나오게 되었다. 언니는 불쌍한 어린 애를 우리집으로 데리고 와서 기르자고 했고, 그렇게 우리 가족은 셋이 되었다.
이 애는 무기로 태어났지만, 꽃으로 자랄 거야. 언니가 했던 말이다. 언니는 청서의 결함도 사랑했다. 특수요원이 되기엔 너무나 약한 마음, 적을 사살하기보다 상처 입은 작은 새를 먼저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는 그 비효율적인 다정함을 진화라고 불렀다. 그때 나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며 생각했다. 꽃으로 살기에 지구는 너무 거칠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더 멀리 떠나왔다. 꽃이 마음 놓고 피어날 수 있는 테라포밍의 씨앗을 찾아서, 언젠가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는 빛이 되기 위해서.
혜성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지나간다. 저 얼음과 먼지의 덩어리는 언젠가 지구의 궤도 근처를 스칠 것이다. 우주 어느 고요한 틈바구니에 몸을 맡긴 채 의 소음과 빌딩 숲을 벗어나 별들 사이를 유영하는 자유를 얻었지만, 그 대가로 남겨진 이들의 시간을 함께할 수 없다는 건 참 먹먹한 일이다. 적막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