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에서 언니가 건네준 봉투 속의 알들은 차가운 금속 광택을 내고 있었다. 생명이라기보다는 기계 장치에 가까운, 어쩌면 청서의 피부처럼 서늘한 비늘을 가진 생명체. 조심스럽게 흙을 덮었다. 청서는 날카로운 날개를 가졌지만, 그 날개로 꽃밭을 맴돌기를 좋아했다.
입안에서 부서지는 건빵 가루는 행성의 흙먼지처럼 메말랐다. 목이 막히네. 물 대신 그리움을 삼켰다. 청서가 나중에 이곳에 와서 볼 첫 번째 꽃이 부디 봉투에 그려진 그림보다 더 찬란하기를. 이 척박한 행성이 언젠가 여린 마음을 품어줄 유일한 낙원이 될 수 있도록.
흙을 덮었던 자리가 불룩하게 솟아오르더니, 봉투에 그려졌던 평범한 식물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이 튀어 나왔다. 그것은 줄기가 아니었다. 투명하고 얇은 유리 막 같은 날개였다. 개량된 종은 토양의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대신, 행성의 희박한 대기 중에 떠다니는 중금속 입자를 응집시키고 있었다. 연구소의 데이터대로라면 초록빛 잎이 돋아나 광합성을 시작해야 했지만, 이 알들은 행성의 척박함을 아름다움으로 치환해버리기로 결심한 듯 보였다.
"이건... 식물이 아니야."
날개 끝에서는 가느다란 진동음이 흘러나왔습니다. 그 소리는 청서가 잠들기 전 흥얼거리던 낮은 기계음 섞인 콧노래와 정확히 일치하는 주파수였다. 언니가 개량한 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심은 건 조카의 생체 리듬을 기억하는 '기계-생명체'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날개들이 일제히 파르르 떨리더니, 행성 전체의 자기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던 정찰 드론들이 방향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했고,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서 응답이 없던 구조물이 푸른 빛을 내뿜으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테라포밍을 위해 심은 알이, 잠들어 있던 행성 전체를 깨워버린 것이었다.
주저함은 없었다. 부서진 기계에 연연하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았으니까.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미지의 힘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 그것이 내가 살아온 방식이자 이 먼 행성까지 오게 된 이유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푸른 빛의 진원지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조물은 건물이 아니라, 거대한 심장처럼 고동치고 있었다. 표면에는 기하학적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푸른 빛은 마치 액체처럼 끈적하고 따뜻했다.
구조물의 입구에 들어서자, 아까 밭에서 깨어난 날개 달린 것들이 나의 주위를 호위하듯 에워쌌다. 그리고 그곳에서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 구조물 중앙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고, 그 물결은 청서가 가진 날개와 똑같은 재질의 은색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곳은 테라포밍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낙원의 씨앗이 보관된 거대한 저장고였다.
언니가 보낸 알들은 이 행성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고대 구조물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기 위한 살아있는 열쇠였던 것이다. 청서의 여린 마음과 닮은 그 주파수가 아니었다면, 이 거대한 기계 장치는 결코 깨어나지 않았을 테지.
구조물의 제어 패널에 손을 얹자, 몸속에 흐르는 경금의 기운이 푸른 빛과 동기화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