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by 신서안

빛이 그물처럼 동공에 와 닿는다. 커튼을 조금씩 열어둔다. 완전히 열지 않는다.


완전히 열어버리면 너무 단번에 쏟아진다. 그러면 눈이 익숙해지고 빛은 그냥 낮이 된다. 틈새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은 다르다. 망막 어딘가에 걸리는 느낌. 무언가를 건져 올리려는 것처럼, 혹은 무언가에 걸려드는 것처럼. 격자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면 방 안 공기가 노르스름하게 물들었다. 나는 그 앞에 앉아 손을 뻗곤 했다. 빛을 잡으려는 게 아니었다. 그냥 그 안에 내 손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그물 속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있다.


시간, 사람의 목소리, 이미 지나간 오후의 냄새. 그런 것들은 손바닥을 아무리 오므려도 빠져나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빛은 눈을 감으면 잠시 남는다. 잔상처럼. 그물에 걸린 것처럼. 사라지기 직전의 짧은 머뭄이다.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남는 것들, 기억이 기억인 척 하기 전에 존재했던 감각들. 커튼을 조금만 열어두는 이유가 어쩌면 그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한꺼번에 들이닥치기 전에, 그 직전의 서늘하고 조용한 자리에 조금 더 있고 싶은 것.


빛이 그물처럼 동공에 와 닿는다. 무언가가 걸린다.

나는 아직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