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 찾은 한 줄기의 빛과 희망
혹시 검사 결과가 나왔을까요?
예약을 하고 방문하지 않았기에 1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오랜만에 본다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곧바로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셨다.
“검출됐어요.. “
갑자기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워지셨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셨다.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요.”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결과지를 꺼내 보여드렸다.
선생님은 깜짝 놀라시더니 이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씀해 주셨다.
“여기에 적어도 될까요?”
“네. 그럼요.”
의사 선생님은 환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여기 High Lisk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번호예요. 그중 16번, 18번이 가장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정기적으로 6개월마다 세포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지 추적검사만 잘 받아주면 문제는 없어요. 이걸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바이러스가 오랜 시간 동안 남아 세포 변형이 일어날 경우에 자궁경부암이 생길 수 있어요.”
“너무 무서워요.. 여기도 병원이라 물론 많이 계시겠지만 16번 바이러스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계신가요?”
“당연히 많이 있죠. 오늘 오신 분 중에도 한 분이 16번 바이러스 1년 만에 사라진 거 확인하고 가셨어요.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죠? “
“저.. 실제 나이로 24살이요.”
“보통 나이가 젊을 경우에는 잘 이겨내시더라고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네.. 근데 제 나이도 아직 젊은 편에 속하는 걸까요? 의학계에서도 잘 사라지지 않는 바이러스 번호 대라고 해서 없어지지 않을까 봐 걱정이에요. “
“꼭! 없어져요. 이게 왜 안 없어져요? 꼭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제가 남자친구에게 보균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알렸는데 제가 다 나을 때까지 관계는 기다려주기로 했어요. 너무 미안하네요.”
“ 예쁘게 연애하고 계시네요. 일단 HPV 검사는 시기를 두고 여러 번 해보는 게 정확하기는 해요. 더 궁금한 건 없을까요?”
“네. 걱정을 많이 하고 왔는데 너무 감사해요.”
진료실 문을 닫고 나왔다. 이 곳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의사 선생님의 친절하고 자세한 상담 덕분에 생각보다 이게 큰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HPV 검사를 받고 난 뒤로 불안한 마음에 여러 산부인과 전문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집에서 가까운 한 2차 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여기만큼 환자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병원은 가보지 못했다.
사람이 쉽게 죽지는 않겠구나. 생각보다 소멸이 되는 케이스가 많구나. 걱정된다고 해서 인터넷만 자꾸 들여다보면 안 되겠구나. 아직 젊은 나이니까 추적검사까지 남은 6개월 동안 면역 관리를 열심히 해서
다음 검사에서는 16번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병원을 나섰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뜻밖의 긍정적인 사례를 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블로그에 있는 수많은 16번 바이러스를 소멸시킨 분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나 또한 이런 기적을 한 번 만들어보리라 생각했다. 꼭 16번 바이어스를 소멸시켜서 이걸로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수많은 여성들에게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