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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이 있는 교실

by 미루나무

1학년 3반 우리 교실은 회랑이 있는 단층 건물에 있다. 1반부터 3반까지 완전 독채를 우리 1학년이 쓰고 있다. 회랑의 복도는 도기다시로 되어 있지만 수많은 발들이 매일매일 반들 반들 닦아 놓는다. 이순신 장군은 아름드리 전나무를 성벽 삼아 우리 교실을 지켜주고 계신다. 1978년 나의 철없는 인생살이의 출발선이다. 회랑 아래 복도는 실내화 없이 다니는 아이들이 밟고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거울처럼 반짝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실 바닥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도기다시 되어 있지 않은 시멘트 바닥 그대로이다. 어마어마한 출산율을 얼른 감당하기 위해 교육당국도 급하기도 하고 돈도 별로 없었나 보다. 동국이와 함께 내 뇌리에 남아있는 1학년 담임선생님이다. 수선화선생님은 학교 바로 앞에 댁이 있다. 나보다 더 어린 귀여운 여자 아이는 항상 엄마 뒤에 숨어서 교실로 온다. 나는 그 꼬마 아이 손을 잡고 도로 집으로 데려다주는 일을 한다. 왜 내가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1학년 주제에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어쨌든 그게 나의 1인 1 역할이다. 열심히 내 역할을 충실히 했는데 내가 전혀 하지 않았던 것 있다. 그것은 바로 숙제이다. 그렇게 무책임한 인생의 출발은 아마 지금까지 이어오는 것 같다. 1학년 주제에 시험에도 받아쓰기에도 교만함으로 일관했다. 숙제는 아예 안 하는 것이 정상이었던 무책임했던 나의 초등학교 1학년.

"얘들아, 책상 뒤로 옮겨." 수업이 끝나면 청소를 위해 책상을 뒤로 민다. 좁기만 느껴졌던 교실이 휑하니 넓어진다. "숙제 안 한 사람, 오리걸음 시작." 여지없이 나는 오리걸음 대열에서 교실을 순환하고 있다. 교실 바닥이라 하기엔 너무 곰보처럼 울퉁불퉁한 교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회랑 있는 교실이 1978년의 나를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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