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사랑은 무엇에서부터 시작되는가

by 나몽

자연스러움 속의 부자연스러움.

우리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직은 타인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누군가와의 상호작용이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러워서, 그 자연스러움이 도리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신기할 만큼 안정된 관계였음에도, 연애가 막 시작될 무렵에는 마음 한켠에 두려움이 있었다.


고작 서른 해를 살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경계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히 유연함이 줄어서가 아니다. 이제는 삶의 유한함을 조금씩 체감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남은 시간들을 더 가치 있게 쓰고 싶어서이며, 서툴렀던 시절의 시행착오 끝에 어느 정도 나만의 기준들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마음 앞에 선 나 자신을 마냥 설레게만 두지 않았다. 오히려 솔직하게 내 생각들을 마주해 보았다.


나를 잃지 않은 채,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소모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세워가는 관계가 될 수 있을까? 혹시 상처받지는 않을까?


이런 숱한 질문들이 나를 스쳐지나갔다. 이 혼돈마저도 온전히 느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불필요한 무게는 덜어내기로 했다.


사랑의 본질을 떠올려보았다.


아직도 사랑을 알아가는 중이지만, 내가 이해한 사랑의 시작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진부하게 들릴 수 있는 이 클리셰 같은 말이, 언젠가부터는 나에게 본질처럼 다가왔다.


나는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나?

정확히 말하면, 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


내가 내린 대답은 ’그렇다 ‘였다.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하고 있다.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앞서 던진 질문은, 나 자신을 향한 깨달음으로 돌아왔다.


서른 해를 지나서야, 나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리하여 사랑받을 준비도, 사랑을 건넬 준비도 되어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