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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아 Feb 05. 2024

혼자 놀기의 매력

내향인의 스스로에게 취하는 시간


  “나 그 영화 봤는데 재밌더라.”

  “누구랑 봤는데?”

  “혼자.”


  “전에 거기 여행 다녀왔었는데 진짜 좋았어.”

  “누구랑 갔는데?”

  “혼자!”


  혼밥, 혼영, 혼여행, 혼코노, 혼관극….(?)

  내향적 기질이 강한 나는 혼자 즐기는 무언가를 좋아한다. 종종 이렇게 혼자 노는 나를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외향인들의 친목모임만큼이나 내향인의 혼자 즐기는 여가시간도 꽤나 매력적이다. 사회생활을 하느라 소진한 기력을 채우고 내 시간을 온전하게 느끼고 누릴 수 있는 시간은 무척 중요하다… 고, 내향인을 대표하여 약간의 변호를 해본다.

  친구들과의 시간이 가장 재밌고 즐거운 사춘기 시절에도 나는 혼자 노는 게 더 재밌었다. 혼자서 영화나 책, 공연을 보면 곁의 누군가에게 신경 쓸 필요 없이 모든 집중을 거기에 쏟을 수 있다. 감상이 끝난 후에는 혼자 여운에 젖어 여러 가지 해석이 담긴 상상을 맘껏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여행을 가면, 누군가와 함께 할 때처럼 무언가를 나누는 즐거움은 없을지라도 완전히 나의 취향 맞춤형으로 시간을 쓸 수 있다. 혼자 노래방에 가면 다음 사람의 차례를 기다릴 필요 없이 노래를 원 없이 부를 수 있다. 내 노래 취향이 얼마나 이상하든 노래 실력이 얼마나 엉망이든, 사족을 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혼자 놀면 이렇게나 자유롭고 스스로에 온전히 취할 수가 있다.


  가끔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시끄럽고 나 자신을 생각보다 많이 내려둬야 할 때가 많다고 느낀다. 20대 초반 즈음엔, 눈을 뜨고 나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계속 외부에서 무슨 활동들을 하느라 밖에 나돌았을 만큼 내가 가장 바쁘게 살았던 시기였다. 혼자 커피를 마시러 다니고 혼자 책을 읽고 혼자 그림을 그리는 등 많은 취미가 있었던 나는 그때 마치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극단의 첫 모임에서였다.


  “취미가 뭐예요? 쉴 때 뭘 하는 걸 좋아해요? “


  이 질문을 들은 당시의 나는 머리를 한대 강하게 맞은 듯했다.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바쁘게 살고 있긴 한데, 나를 위한 시간은 가지지 못한 채 열심히 구르고만 있었던 것이다. “어, 그냥 자는 것 같아요. “라고 한심한 대답을 하고선 무척 부끄러웠다. 정말 재미없고, 허투루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물론 바쁘게 사는 와중에도 개인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사람들도 많으니 이 또한 어쩌면 핑계라는 것은 알고 있다). 더구나 평소 차분하고 말이 거의 없는 나인데, 애매하게 친한 사이의 비즈니스 관계에서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리는 일은 고역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입력된 일과를 출력해 내는 AI 정도나 되지 않았나 싶다. 그때 나의 내면은 말 그대로 카오스 그 자체였다. 내가 좋아하는 일도 잊고 심지어는 내가 지금 무슨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개인의 자아로 오롯이 기운을 충전하고 소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렇게 나는 깨달았다.


  몇 달 전에는 한동안 뜨개질에 빠져 있었는데 요즘에는 원데이 클래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보통 친구나 연인들끼리 많이 가는 것 같은데, 혼자 가면 정말 체험보다 뭔가를 배우는 느낌이고 운 좋게 마음이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면 좋은 친구를 만드는 재미도 볼 수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상상하는 낙으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능력치를 쌓을 수 있을지 설레는 마음이 몽글하니 피어오르는 것이 기분이 퍽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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