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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박제가 되어버린 이상주의자를 아시오?

천재는 아니었다.

by 녕아


- 하늘 보기를 잊어버린 나에게.


마지막으로 글을 쓴 지 6개월 하고도 조금 더 지나고 말았다. 글이란 말하는 능력처럼 쓰지 않고는 퇴화해 버리기 마련인데. 몇 개월 전, 묘한 즐거움으로 글자를 쌓던 손가락의 감각을 떠올려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다시 더듬더듬 문장을 만들어 본다.


현실에 내던져진 요즘.


세상에 ! 그토록 외면하던 현실이라니 !

나처럼 뜬구름 잡는 일상을 재미로 살아가는 사람이 현실에 닿고 말았다니 ! 현실 세계라는 것은 소설 속에나 나오는 세계 아니던가 ? 내가 사는 세계는 이상으로만 가득 차 있는 그런 세계였는데 말이지.

…라는 생각을 하며 거울 맞은편의 나를 향해 무슨 헛소리냐며 비웃음을 쳐본다.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나를 조급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던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 이 얄미운 녀석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를 조금 내 보았다.


너무나 좋아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죽어도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시작해보고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에 도전해 보았다.

언제나 내 편에 서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은 “너 참 용감하다 !” 라고 말해줄 테지. 혹은 “잘 했네, 널 응원해 !” 라고 말해주려나. 어쩌면 ”그래서 넌 지금 행복하니 ?“ 라고 말할지도.

현실 세계란 이런 곳이었구나…. 어쩐지 풀이 죽어 하늘 올려다보는 것도 잊고 말았다. 머리의 전원은 꾹 눌러 꺼버린 채 열심히 움직이다, 언젠가 문득 자동으로 전원이 켜져 돌이켜보니 이미 난 박제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과학실에 박제된 나비처럼.


비록 박제가 된 천재는 아니지만, 모형으로라도 박제된 나비는 물 위에라도 떠올라 흘러갈 수 있을 테다.


오늘은 하늘을 올려다보아야지.

혹시 알겠어, 고양이 모양 별자리가 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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