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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아 Oct 28. 2023

S#1. 라 보엠

미미

 

  아직도, 내가, 예뻐?


  그녀의 위태로운 눈이 휘어지고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다 힘없이 무거운 숨을 훅, 내뱉고야 말았다.

  

  새카만 눈동자 안에 그녀는 그를 가두었다. 그 속이 비치지 않는 투명한 감옥 속에서 그는 발버둥을 치다 결국엔 저 아래, 그녀의 가슴 아래로 깊이 가라앉았다.

  마치 머금고 있던 붉은 열매가 터진 듯, 그녀의 창백한 피부가 눈치도 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서서히,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 발간 뺨을 보며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입가에 힘겹게 가 닿았다. 그녀의 표정은 처음부터 한결같았으나, 그의 눈가에 비추어진 그녀의 얼굴은 슬펐다 행복했다를 반복하며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었다.

  파르르 떨리던 그녀의 손끝에 온기가 퍼져나가자 무언가를 망설이던 분홍빛의 입술이 겨우 반쯤 열려서는 작게 신음했다. 입을 타고, 목을 타고, 어깨를 지나, 그의 손을 꼭 잡고선, "우리 둘이네"라며 중얼거렸다. 그는 두 눈을 끔뻑이며 끝이 엉킨 그녀의 머리카락만 말없이 만지작거렸다.

  잘 버티나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긴 속눈썹에 결국 눈물방울이 힘겹게 매달려 대롱거리다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였다.

  그는 말해보라며 길게 엉킨 잿빛 머리카락을 빗어내렸다.

  그녀는 꼭 잡은 그의 손을 제 가슴에 얹고선 물었다


  나는 너에게 여전히 예쁜 사람이냐며.



  “내 발목이 지독하게 척박한 땅바닥에 묶이고, 내가 흘린 눈물 속에 잠겨 숨을 쉬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만큼은 저 파란 하늘에 닿을 거야. 꼭, 그러길 바라. “


  그녀는 속삭이며 미소를 지었다.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검은손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여들어 그녀의 몸을 감싸 올랐다. 아름다운 그녀의 미소는 그 검은손들에 점차 색을 잃어갔다. 그럼에도 그녀는 손끝으로 입꼬리를 올려가며 애써 예쁘게 웃었다.


  늦은 첫눈이 날 데려다주었으니, 그 눈이 떠나갈 때 나도 함께 떠나련다.

  말갛고 천진한 목소리가 뭉그러져 허공의 여기저기에 스며들었다. 뿌옇게 김이 서린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다가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응, 예뻐.


  그 해의 늦은 첫눈이었다. 뒤늦게 날아든 눈발은 찰나에 흐드러지더니, 그때의 그녀의 목소리처럼 모든 게 멈춰버린 그 자리에서 흩어져 한순간 사라졌다.

그녀는 또다시 예쁘게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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