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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Feb 01. 2024

날이 선 이유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친구의 배신, 연인과의 이별, 직장 상사의 괴롭힘, 금전적인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육체의 고통과 질병 등 무수히도 많은 힘듦과 상처들로 우리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도 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날이 바짝 서있는 나의 모습을 인지하고 보게 될 때면 내가 왜 이럴까 스스로에게도 의문이 들곤 했다. 그 모습들의 이유는 아마, 혼자서 모든 힘들 것들을 감당해야 했던 약하고 여린 내가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어막이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고, 슬프거나 아프지 않고 싶다는 그 생각들이 쌓여서 사람들을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고 마음을 차츰 닫아갔다.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그 어떠한 감정조차 쓰고 싶지 않고 그냥 아무런 느낌도 없이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만을 바랬다. 그러면서 나는 외향적인 사람에서 내향적인 사람처럼 변해갔다. 세상의 연락, 사람들과의 만남, 외부 외출을 최소화하면서 거의 차단한 채로 몇 달을 지냈다. 매일매일 오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음에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내가 원하는 대로 집 안에, 방 안에만 갇혀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밖으로, 세상으로, 사람들 가운데로 나와야 했다. 그 과정을 보면 슬픔에서 한탄으로 한탄에서 후회로 후회에서 우울로 우울에서 기쁨으로 기쁨에서 무력함으로 무력함에서 두려움으로, 그리고 집에서 나와 사회에 발을 다시 디뎠을 때는 분노로 이어졌다. 분노에 가득 찬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모든 이들을 무시하고 쌀쌀맞게 대했으며 말속에 내가 가진 그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득 섞인 채 밖으로 퍼져갔다. 밝고 잘 웃고 따뜻했던 나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변했다는 말이 싫었다. 변하게 만든 게 누군데라는 반문이 속에서 들끓었다.


 누가 봐도 날이 선 이런 나의 모습에는 나 혼자 견뎌왔던 모든 슬픔과 고통이 담겨있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손 내밀어 주지 않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바빴다. 그래서 모든 이들과의 단절을 택했으나 세상이 단절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사회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면 단절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다시 이어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이런 내 모습이 싫으면서도 다시 이용당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에 자꾸만 흔들리는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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