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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Oct 18. 2022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상처받기 싫었던 거야

 친구, 지인들, 회사 동료들 모두가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넌 참 친구가 많은 것 같아.” , “너는 사람을 진짜 좋아하는구나.” 같은 말이다. 그러면 이 말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 난 친구 별로 없는데?, 난 사실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자주 ‘진짜 사람들이 싫다. 사람들 안 만나고 싶다. 혹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약속도 잡고 싶지 않은데, 어느 순간 보면 캘린더에 적어둔 약속들이 빽빽할 만큼 가득 차 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알고 지내던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한번 볼래?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이런저런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사실 인사치레로 연락이 왔고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찔러봤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인사가 아니라 진짜로 만나자는 약속을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조금 당황하기도 했고 단둘이 사적으로 만날만큼 많이 친했던 사이는 아니었던지라 만날까 말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많이 지친 상태였기도했고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자는 그 말을 쉽게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생각보다 만나자는 약속을 거절을 못하는 편이라, 결국 약속 날과 시간, 장소를 정하고 언니와 만나게 되었다. 언니와의 대화는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고, 관심사도 너무 잘 맞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더 잘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언도 해주면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자기가 보고, 경험하고, 느낀 좋은 것들을 나에게도 나누어주면서 행복해하는 언니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배신당해서 사람이 싫다고 생각하고 말하던 내가, 사실은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상처받기 싫었던 거구나.라고. 내가 뱉어왔던 그 말이 진짜 내 진심이 아니었구나, 또다시 상처받을까 봐 두려웠구나라고 솔직한 내 마음이 보였고 인정하게 되었다.


 또다시 상처받게 될까 봐 사람들을 멀리하고 자꾸만 벽을 세우고 부정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던 거다. 그리고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사람들이지만, 한편으론 힘을 주고 사랑을 주는 것 또한 사람인 것을.


 난 나 스스로를 솔직한 사람이라고 표하는데, 진짜 내 감정을 인정하고 그걸 전하는 것에 있어서의 솔직함은 너무나도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난 직접 말로 하는 표현엔 인색한 편인데, 편지라던가 메시지라던가 이런 매개체를 통해서는 누구보다 솔직하게 내 감정과 생각을 전하는 편이다. 내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아직도 많이 어렵다. 그걸 인정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때론 나 자신도 내 감정을 확신하지 못하거나 눈치채지 못하거나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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