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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색손잡이 May 31. 2024

예외를 만드는 사람

적당한 기대와 적당한 자신감

  우리 학교는 이름만 공고인 특성화고이다. 공업과, 정보과, 상업과가 하나씩 있는 학교이다. 나는 군 단위의 작은 지역에서 가장 큰 읍에 살고 있다. 내가 사는 군에 있는 읍에는 보통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하나씩 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읍에만 고등학교가 두 개 있다. 각각 인문계와 특성화고인데, 아무래도 공부에 크게 뜻이 없어서 대학진학에 큰 뜻이 없다거나, 그냥 공부가 싫고 노는 게 좋아서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인지 흔히들 '양아치', '일진'으로 불리는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두 가지의 경우보단 많이 적지만 공부에 뜻이 없는 친구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 내신을 따려고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다. 그리고 정말 몇 안 되는 학생들 중에는 좁게는 같은 군에서, 넓게는 다른 지역에 학생들이 본인이 살던 지역에서 사고를 치고 '신분세탁'을 위해서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 학교에서 전교생 대상 학교폭력교육을 듣게 되었다. 예뱡교육은 아니었고, 학교폭력이라 규정되는 행위들, 학교폭력 신고가 들어왔을 때의 해결 절차, 그리고 가해자들의 처벌에 대해서도 교육 들었다. 과거에 계획된 교육은 아니었고, 요즈음 학교폭력 관련 신고의 빈도가 늘어서 담당 선생님이 급하게 편성하셨다. 우리 학교는 우리 학교는 접수되는 사건의 수위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 하지만 그리 크지 않은 일들이 빈도가 잦게 생긴다. 아마 올해 들어 가장 심했던 일이 같은 학교 학생과 다툼이 있어서 뺨을 맞은 일이다.


  담당 선생님께서 교육이 끝난 후 한 마디 덧붙이셨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우리 학교에는 공부에 뜻이 없고 불량하게 생활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그런 학생들이 어차피 우리 학교는 공고라며 더욱 막사는 경향을 보인다. SNS에 학생신분에 맞지 않는 행동들을 하고 올리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도 열심히 사는 학생들이 많다. 어떤 학생들은 밤새도록 잠도 못 자고 공부한다. 그 학생들은 도 단위 대회에서, 또 전국 단위 대회에 매년 수상해오기도 한다. 또 어떤 학생들은 인문계 학생들 못지않게 공부하여 대학진학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니 우리 학교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아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람 사는 환경이 정말 중요하긴 하다. 아무래도 도시에 큰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지방에 있는 작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공부에 뛰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부'가 그런 건 아니다. 도시에 큰 학교에서도 공부에 뜻 없는 친구들은 분명 있고, 지방에 작은 학교에서도 큰 학교만큼, 몇 학생들은 큰 학교보다 공부에 뛰어난 학생들도 있다. 이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예부터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었을까. 그럼에도 작은 학교나 예부터 인식이 좋지 않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꿈 없이 사는 건, 그런 인식 때문인 것 같다. 또한 그런 인식이 스스로에게도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과 어떤 이유에서든, 타인의 좋지 않은 시선과 스스로에 박힌 좋지 않은 인식은 정말 최악의 조합이다.


  우리 학교는 저번주에 도 단위 상업계 대회에 다녀왔다. 대회에서 수상한 사람들은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강원도에 이름날리는 상업계 학교가 있는데, 그 학교는 중학생 때부터 공부를 잘해야 들어갈 수 있는 학교다. 그리고 그 학교는 그런 수준에 맞게 대회에서도 항상 가장 많이 상을 받는 학교다. 또한 어떤 종목은 수상자 중 절반 이상이 그 학교 학생인 종목도 있다. 나랑 내 친구는 그 학교에서 정말 강세인 종목을 준비했는데, 우리가 그 학교를 어떻게 이기냐는 말과 걱정을 가장 많이 했다. 실제로도 그 종목은 그 학교에서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고, 수상자도 많은 종목이다. 우리 학교의 다른 학생들이 나가는 다른 종목도 대부분 그 학교에서 잘하는 종목이었다. 하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이 당당하게 수상자 명단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여러 명이 말이다. 그 학교 학생들은 우리 학교 이름이 불리자 표정이 굳으며 인정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뭐 어떤가? 어쨌든 우리 학교가 했는데. 너무 과한 과소평가도 좋지 않지만, 너무 과한 자신감도 좋지는 않다. 우린 예외를 만들어낸 학생들이 되었다.


  우린 모두 예외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게 좋은 방향이던, 아닌 방향이던 말이다. 작고 질이 별로인 학교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열정을 가져서 좋은 성과를 내는 예외도 생긴다. 또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이나 대학교에 들어가는 예외도 매년 생긴다. 또 어른들도 어렵게 취득하는 자격증을 학생 때 따는 예외도 생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열심히 남부럽게 살지만, 그럼에도 좋지 않은 인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건 그만큼 '그래봤자 공고인데.'라고 생각하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수가 아직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과 학생들의 마음가짐은 분명 마을 사람들과, 앞으로 입학하게 될 중학교 학생들에게도 대물림 된다. 우리는 분명 이런 인식과 마음가짐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나는 내가 다닌 학교가 앞으로도 질 나쁜 학교로 기억되는 건 싫다. 아무래도 출신 학교라는 게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텐데(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계속 지금처럼 생각되는 건 바라는 사람 없을 거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우리는 스스로가 예외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좋은 방향으로 예외를 만들 수 있으니 열심히 살아야 하고, 나쁜 방향으로 예외를 만들 수 있으니 조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남이 몰라준다고 해도 스스로는 안다. 내가 좋은 예외를 만든 경험으로 앞으로도 열정 있게 살 수 있을 거다. 나쁜 예외를 만든 경험으로 스스로 발목 잡혀 살아야 할 수도 있다. 과연 이게 스스로에게 꼬리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서 사람은 스스로에게 기대하고, 적당한 자신감과 가능성을 가지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법 중 하나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곧 빛날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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