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다고 내 등이 말했다
지금은 위로가 필요할 때
서로의 얼굴을 보며 사는 줄 알았는데, 서로의 등을 보며 살고 있구나! 길을 걷다 문득 깨닫는다.
내 몸이지만, 내 손이 닿지 않는 곳, 내 눈길이 닿지 않는 곳, 나에게는 안 보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무방비 상태로 열려 있는 곳이, 등이다. 무시를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얼굴은 확 달아오르지만, 등은 서늘하게 식는다. 괜찮은 척 얼굴은 웃었지만, 내 등은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많이도 울었다.
살다 보면 즐겁고 보람도 있지만, 깨지고 상처 입을 때가 수두룩하다. 별일 아니라고, 잘해오고 있다고, 내 등을 달래주고 싶지만, 내 손이 닿지 않는다. 내 마음을 달래주고 싶지만, 스스로 하는 위로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나를 꼬옥 안아줘도, 여전히 등이 시리다.
스스로 다독일 수 없는 아픔, 혼자서 감당이 안 되는 외로움이 있다. 어떤 상처는 다른 사람의 위로만이 치유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등은 서로를 향해 열려 있나 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등을 쓰다듬어 줄 수 있게, 내가 다른 이의 등을 토닥토닥 위로해 주도록.
퇴근길 아빠의 등이 시리지 않기를, 자식을 기다리는 엄마의 등이 외롭지 않기를, 힘든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젊은이의 등이 삶의 무게에 휘지 않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