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말이다.’
괴짜 화가로 알려진 고 김점선 선생은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린 그림이라, 사람들이 말인지 모를 것 같아, 그림 옆에 친절하게 제목을 달았다.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 중에, 도대체 뭘 그렸는지 모르는 그림이 꽤 있다. 제목을 보면 이해될까 봤더니 ‘무제’라고 적혀있다. 거기다가 무제1, 무제2, 무제10까지 이어진다. 난감하네.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린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친절하게 알려주면 좋으련만, 뭘 그렸는지 관객이 알면 큰일이라도 나는지, 꽁꽁 숨겨둔 듯 하다.
"이건 네가 할일이야. 한번 알아맞혀봐." 끊임없이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우리 인생 같다.
직장상사가 하는 말 속에 숨은 뜻이 뭔지, 연인이 원하는 것이 뭔지,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살다 보면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이것은 말이다.’라고 알려주듯,
‘이것이 답이다.’라고 인생이 우리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친절이 귀해진 세상, 그래서 친절했던 사람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