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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방송작가 Sep 04. 2021

1그람, 천 원 한 장의 무거움

달랑, 천 원을 쓰는데 한참을 망설였다.

지하철 역 출구 옆에 걸인이 엎드려 있었다. 그가 머리 위로 뻗은 팔 사이에는, 편의점에서 주운 듯한 과자 플라스틱 상자가 놓여있었다. 마치 108배를 하는 모습 같았다. 우리가 신에게 간절히 뭔가를 빌듯, 그는 우리에게 돈을 빌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나는 그냥 스쳐 지나가다가, 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췄다. 종이 상자를 깔지 않고 맨땅에 엎드린 그는 50대 후반 정도 돼 보였고, 상자 안에는 동전 몇 개가 들어있었다. '얼마 동안 저렇게 엎드려 구걸한 걸까?' 그가 안쓰러워 지갑을 꺼냈다.


내 지갑에는 비상시를 대비해서 주민등록증 뒤에 넣어둔 5만 원권 1장, 평소 쓰는 만 원권 오천 원권 천 원권, 거기다 오백 원짜리 백 원짜리 동전이 들어 있었다. 동전을 줄까 하다가, 천 원짜리를 꺼냈다. 천 원짜리를 들고 '돈을 줘봤자 술 사 먹을 거 같은데. 일 안 하고 구걸하는 사람을 왜 도와줘. 쓸데없는 짓이지.' 했다가, '빵이나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울 수도 있잖아.' 혼자 되뇐다.


달랑 천 원짜리 한 장이다. 편의점 가서 초코바 하나도 못 사 먹는 천 원. 

이 적은 돈을 누군가에게 주면서 나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위 사람에게 몇만 원의 술이며 밥도 곧잘 사면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천원도 아까워하는 나를 본다. 부정적인 얘기 때문일까? 내 마음이 각박해진 탓일까? 차비를 빌려달라는 사람은 사기꾼이고, 구걸하던 할머니가 퇴근할 때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간다는 소문에 나는 길들여져 있다. 하지만 정말 돈 얼마가 없어서 삶의 절박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는 되돌아가 걸인의 플라스틱 통에 천 원을 넣었다.

그는 여전히 세상을 향해 108배를 하는 모습으로 엎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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