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방송작가 Sep 20. 2021

엄마의 도시락이 먹고 싶다

엄마 도시락은 식어도 따뜻하다

방송작가인 나는 추석이나 설 명절에는 특집이나, 생방송을 하느라, 고향에 못 갈 때가 많았다.

명절 연휴에는 식당도 문을 열지 않아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햄버거,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곤 했다. 명절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밝은 모습의 영상을 보며, 내레이션 글을 쓰다가 배고파 찾아간 편의점에는, 햅쌀로 지은 따뜻한 밥이 아니라, 찬밥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들 다 쉴 때, 찬밥 먹으며 일하고, 사는 게 왜 이런가' 울컥 했다.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이 꽤 있어서 향에 못 가고 잔업을 하는 직장인, 취준생들이,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서로 모르는 사이건만, 집밥 못 먹고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것만으로 친근감이 느껴지고, 조금은 위안을 받는다. 찬 도시락과 먹을 따뜻한 국물이 필요해서 컵라면을 사가는 그들에게 나는 속으로 '맛있게 드세요.' 되뇌었다.


어쩌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면, 나는 밥을 엄청 많이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는 "니는 서울에서 맨날 굶었나? 와 이래 많이 먹노?" 하면서도 빈공기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퍼주셨다. 서울에서 회식을 하거나, 작가들끼리 정보교환을 통해 방송된 진짜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지만, 마치 못 먹고 산 사람처럼, 고향집에 가면 허겁자겁 밥을 먹는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배고파서 내려왔어. "라는 말을,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엄마의 된장찌개도 먹고 싶고, 아삭아삭한 무나물이며, 깨소금 참기름 듬뿍 넣은 깻잎순나물도 먹고 싶지만, 명절에 고향을 가지 못하면,  나는 엄마가 싸주던 도시락이 먹고 싶었다. 아침에 엄마가 따끈하게 싸준 도시락은 점심시간이 되면 식지만, 차게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의 밥은 아무리 식어도 찬밥이 아니다. 이상하게 엄마의 도시락은 따뜻했다. 서울에서 오늘도 그 누군가는 외로움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있을 것이다. 컵라면의 국물이 아니라, 어릴 때 엄마가 싸주던 도시락의 추억으로 그들의 가슴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이전 28화 1그람, 천 원 한 장의 무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