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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방송작가 Aug 26. 2021

아빠가 게으름뱅이가 됐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용기를 내세요.

도쿄 장애인올림픽을 보면서 예전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 작가일 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방송 프로그램 취재차 장애인과 장애아동 부모님,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걸을  없게 된 장애인 아빠를  어린 아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다리를 다치기 전 이 아빠는 어린 아들과 굉장히 잘 놀아줬다고 한다. 아이는 아빠가 퇴근만 하면 쪼르르 달려가서 공놀이를 하고, 달리기도 하면서 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 아빠는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됐고, 실의에 빠진 아빠는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놀아달라는 어린 아들에게, 아빠는 이제 움직일 수 다리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방법을 찾지 못했고, 속상한 마음에 오히려 화도 냈다고 한다.

      

놀아주지 않는 아빠가 미워 아이는 "엄마 아빠가 게으름뱅이가 됐어." 하면서 울먹였다.

자기와 잘 놀아주던 아빠가 침대에게 꼼짝하지 않은 이유를 아이는, 아빠가 주말에 늦잠 자던 모습을 떠올리며, 게으름을 피운다고 여긴 것이다. 엄마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아빠는 다리를 다쳐서 예전처럼 놀아줄 수 없다고 알려줬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앉아서 놀아주면 되잖아."라고 했다. 순수한 아이에게는 장애를 가진 아빠가 아니라, 그냥 아빠일 뿐인 것이다. 아이는 아빠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아이 아빠는 자신의 장애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됐고, 침대 밖으로 나올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용기를 낸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않는다. 어떤 장애인 아빠는 비가 오는 날 초등학생인 딸에게 우산을 갖다 주러 갔다가, 우산을 들고 자식에게 서둘러 걸어가는 부모를 보고, 자동차에서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자신을 보고, 딸의 친구와 친구 부모들이, 편견을 가질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딸이 비를 맞으며 자동차로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속상하고 미안했다고 한다.


지금은 선천적 장애인보다 후천적 장애인이 훨씬 많다. 인터뷰를 할 때 장애인들은 자신들을 향해 배려에 앞서,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잘 살아보겠다는 용기. 아이처럼 편견 없는 눈으로 장애인을 대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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