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나의 인생에 발자취를 남긴 그들

by 집안의 불청객

우리가 알고 지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기껏해봐야 육 개월 정도.


하지만, 그렇게 가벼운 사이이기에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본다.


계속 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 번만 보고 이제는 보지 않을 사람, 그게 너였고 우리 관계의 정립이었다.


많은 것을 털어놓았다. 원래부터 친구라면 말하지 못할 사실들을 말이다.


서로의 취향, 생각, 존재성 등 깊이 있는 얘기였지만, 입은 털어놓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가벼웠다.

이런 관계의 편의성을 처음 느끼게 한 것이 너였다.


주변에서는 뭐하러 사람들을 그렇게 만나냐고 묻는다. 그 말에 그냥이라고 답하지만, 사실 무거운 주제로 가볍게 대화할 사람을 찾고 있던 게 아닐까 싶다.


너 이후로도 일회성 관계인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어쩌다보니 대부분 여성이었고 그들은 내 얘기를 잘 들어주었다.


성차별적인 발언은 아니나, 여성과 이야기가 잘 통했다. 내가 맞춰주는 것이 아닌, 그들이 나에게 맞춰주었다.


사실, 굳이 내가 맞춰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왜냐하면, 한 번 보고 다음에 언제 볼지 모르는 사이이기에.


너를 시작으로 이렇게 나만의 관계에 관한 정립이 바뀔 줄은 몰랐다.


우리는 지금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고 관심도 없는 사이다. 그러므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성립되는 건 아닐까.


이런 관계를 즐기고 싶다. 부담 없고 계속 연락하고 맞춰줄 필요가 없는 이런 가벼움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