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

나의 인생에 발자취를 남긴 그

by 집안의 불청객

가벼운 시작이었다. 잠깐의 스쳐지나가는 마음과도 같았다. 너와 나는 그렇게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내 마음은 너로 향했다. 내 의지, 투지, 정신과는 상관없이. 아니, 어쩌면 저 모든 것이 너로 향했을 수도 있다.


무엇이 마음에 들었는지도 알 수가 없다. 너라는 존재 자체가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건 그저 내 마음에 불과했다. 계속되는 나에게 너는 지쳐갔고 점점 모진 말들을 뱉었다.


저울은 공평하지 않았다. 애초에 같은 무게를 달아야 한다는 것부터가 잘못되었으니까.


그래서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씩 조금씩 그러다가 한 번에 왈칵하며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많은 것을 바란 걸까. 그저 너와 함께했던 일상이 그다지 좋았을 뿐인데.


그래, 다 내 문제였다. 선을 넘으려던 시도가 경계하던 너에게는 맞지 않았고 그게 맞물리며 우리 관계는 일방적으로 기울었다.


기운다는 건 다시 되돌리기 아주 힘들다. 왜냐하면, 너에 관한 모든 것을 버려야 하기에, 없던 일로 치부해야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여전히 기울어 있다. 가벼운 너와 다르게 나는 무거웠으니까.


내가 던진 농담도 가벼운 척 했지만, 사실은 뼈가 담겨 있었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네가 밉기도 했다.


그 뼈는 갈아버려졌다. 그것도 곱게 바람에 뿌리면 흩날려 점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처럼.


너와 나는 이어질 수 없나 보다. 무언가를 초월하지 않는 이상 뛰어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여기서 간신히 나의 노력으로 이어지는 그저 그런 멈춰있는 전봇대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