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고객님들이 이동한다. 주로 예비 중학생이다. 중학생이 되니 공부환경을 바꾸어 주고 싶다는 보호자의 바람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내 공부방에 딱히 불만이 없고 상당히 만족하고 아이가 잘 다니고 있어도 옮긴다.
이번에 옮기는 고객님의 보호자께서는 친히 전화를 주셨다. 슨생님 그동안 너무 감사했고요 우리 00이 마음 깊이 신경 써주셔서 사춘기 힘들지 않게 지나간 것 같아요. 이렇게 전화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떠나버리면 저는 혼자서 안녕해야 해서 힘들거든요. 정말 감사해요.
다니던 학원을 그만둔다는 통보를 하는 것은 힘들다. 통보를 듣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자통보를 받거나 당일 학생이 안 와서 연락해 봐서 아는 경우도 많다.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경우에 좀 더 힘들다. 공부방을 나가는 이유를 전혀 짐작할 수 없을 때도 괴롭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대부분 나의 잘못이 아닐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유추하는 과정에서 내가 깎여나간다.
그래서 전화를 한 보호자에게 정말 고마웠다. 나를 깎지 않아도 되어서.
아이를 응원하고 보호자를 격려하는 말을 나누고 전화를 끊는다. 아이에게 메세지를 보내 교재를 챙겨줄 테니 오라고 한다. 교재 가지러 온 아이의 등을 토닥인다. 아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의 세계에서 나간다. 여기서 보낸 시간이 저 아이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여전히 나의 세계로 공부하러 오는 아이가 들어오며 카드를 내민다. 선생님 저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엄마가 이번달꺼 카드결제하래요. 마지막? 네 저 다음주부터 다른 학원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