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돼지새끼

by 파로암

십 세 고객님이 나를 보며 킥킥거린다. 나에 대한 놀림의 기운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서 작은 어깨를 들썩인다. 두 녀석은 같은 표정을 하고 한참을 웃더니 이윽고 한 녀석이 입을 연다.


선생님 얘가 선생님보고 돼지새끼래요.


잠시 공부방 전체에 침묵이 감돈다. 침묵의 무게가 아직 두 녀석을 짓누르기 전 찰나의 순간 다른 고객님들이 나의 표정을 살핀다. 두 녀석의 눈썹이 여전히 유쾌하게 움직인다. 이윽고 한 녀석이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음을 눈치채고 눈알을 아래로 아래로 깐다.


내가 십 세한테 이런 모욕적인 언사를 들을 이유가 없어. 그런데 이미 들었고 나는 그에 대한 분노를 참을 생각이 없단다. 늬들은 선생님한테 돼지새끼라고 하며 킥킥대라고 배웠지. 그러고도 잘못을 몰라 한참을 처웃고 있어도 된다고 배웠을 거야. 늬들은 십 년 동안 어른이 베푸는 배려를 받고만 살아서 미천하고 어리석어 내가 얼마나 늬들을 갈기갈기 찢어서 상처줄수 있는지를 모르니까 나는 그걸 충분히 알게 해 줄 거야. 나는 참을성도 착한 어른이 될 생각도 전혀 없거든.


죄송합니다.

나는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어. 용서할 생각도 없어. 늬들은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평생 동안 기억할 거야. 왜냐하면 굉장히 상처를 줄 생각이거든. 돼지새끼라는 순수한 모욕의 결정체를 나는 몇 배로 늬들한테 돌려줄 거거든. 다른 돼지새끼들은 늬들이 죄송하다 하면 받아주었을 거야. 나는 그런 흔해빠진 돼지새끼들이랑 달라서 늬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늬들이 놀리면 안 될 입을 놀렸기 때문에 그 입을 찢어발겨야 내가 속이 시원하겠지만 늬들 입을 찢지는 않을 거야. 그건 눈에 너무 잘 보여서 꼭 내가 잘못한 것 같거든. 나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야. 그래서 나는 눈에 보이지 않게 늬들을 충분히 괴롭게 할 수 있어. 그럼 시작해 볼까?

아니요. 선생님. 죄송해요.

얼어붙은 아이들은 눈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한다. 나는 그들을 구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런 새끼들을 어중간하게 용서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많은 사람들의 어릴 적 트라우마를 담당하고 있는 초딩남자아이들은 자갈과 함께 분쇄기에 넣어 갈아버려야 트라우마 총량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은 날뛰는 초딩소년들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고 나는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바로 잡을 생각이 없다. 편견이 가득한 인간의 악다구니를 그들은 견뎌야 한다. 그들이 모욕적으로 놀린 대상은 편견이 가득하고 기회가 된다면 자신 있게 악의의 칼날로 비수를 꽂는 인간이다.


두 녀석이 눈물 젖은 얼굴로 몹시 시무룩하게 공부방을 나선다.

공부방에서 누군가 울면 그 이유를 같이 이야기하여 위로하고 달래어 기분을 어느 정도 회복시켜 내보낸 뒤 보호자에게 연락해서 사정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그런 예의를 지킬 생각을 치워버렸다. 이것들의 잘못이 보호자의 교육의 부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애가 미천해서 그런 거지 그들의 양육자는 아무 잘못이 없다. 이것들은 자신의 잘못에 정면으로 마주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주말이 지난 뒤 녀석의 보호자에게 찾아뵙겠다는 문자가 왔다.

보호자는 정말 죄송하다며 내게 박카스 한 박스를 쥐어줬다. 아니요. 이 아이를 키우느라 애쓰시는데 보호자님이 죄송할 것이 전혀 없습니다. 아유 선생님 그래도요.

기분 좋게 들이켠 박카스에 카페인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나는 새벽 4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시발....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26화가라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