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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담 Aug 09. 2024

#9.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두부조림>

마음을 담아 만들어내는 음식들이, 나를 치유하고 너를 보듬어 줄 것이다

같은 곡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일기예보가 부르는 ‘그대만 있다면’


이대로 내 곁에 있어야 해요

나를 떠나면 안 돼요

세상의 모든 걸 잃어도 괜찮아요

그대만 있다면 그대만 있다면

함께 웃던 시간들을

함께했던 약속들을

지금 또 영원히 기억하겠어요


어제도, 오늘도 그의 차 안에 울리는 노랫소리.

짐짓 농담처럼 그에게 묻는다.


“그대가 어떤 그댄데?”

“너 말야~ 너~”


피식 웃고 말지만, 마음속으로 찬바람이 지나간다.

그냥 듣는 노래일 뿐인 건데, 왜 내 마음은 이렇게도 시리고도 복잡한지 모르겠다.

이런 것도 태연하게 지나칠 수 없는 내가 싫어진다.


왜 자꾸 확인하려고만 하는 건지.

손에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네가, 너의 사랑이 늘 불안하다.


내가 사랑하는 건 너라고.

우린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다고.

그의 말을 믿으면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주길 기다리면 되는 것인 거다.

분명 시간은 멈추지 않고 지금도 흘러가고 있으니, 잡으려 해도 시간은 알아서 지나가 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늘 너를 잃을까 봐 겁이 난다.

네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 봐 자꾸 무서워진다.




하얗고 네모난 두부 한모를 꺼낸다.

두부는 겁쟁이인 내게 따뜻한 위로의 음식이다.

어떤 식으로 요리를 해도 맛있고 영양가 있는 한 끼를 만들어내 준다.


두부는 흐르는 물에 한번 씻어내고, 두툼하게 잘라준다.

웍을 꺼내 들기름을 크게 두 바퀴 정도 넉넉하게 둘러주고, 썰어놓은 두부를 얹어준다.


이제 양념을 만들 차례.

간장 4, 설탕 0.5, 올리고당 0.5, 미림 1, 고춧가루 0.5, 생수 2를 잘 섞어준다.

파(1/2대), 마늘(4알)도 다져서 함께 섞어주기.


두부 위에 양념을 잘 얹어준다.

뚜껑을 덮고 약불로 은은하게 익혀준다.

양념이 앞뒤로 베어 들게 한번 뒤집어 주고, 양념이 자작하게 졸아들면 가스불을 꺼준다.

5분 정도 잔열에 뜸이 들길 기다린다.


짭조름하면서 달콤한 두부조림 완성이다.

솥으로 갓 지은 밥을 넉넉히 퍼담는다.


마음을 담아 음식을 만들자.

음식은 정성이다. 정성을 들여 만들면 양분이 되어 그 사람을 지탱하는 피가 되고 살이 되어준다.

마음을 담아 만들어내는 음식들이, 나를 치유하고 너를 보듬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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