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조건

by 정수TV

몇 년 전 어머니께서 이런 제안을 하셨다. "돈을 모아 산소자리를 구입할래?".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밭을 사는 게 아니라 산소자리를 사야 할 시점이 되었구나. "예" 그렇게 해서 어머니와 그곳에 가보게 되었다. 양지바른 곳을 보고 있으니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면 이곳에 묻히는 곳을 둘러보니 기존의 양파밭이었던 곳이 그리 예뻐 보일리 없었다.

"어때?" 어머니의 눈빛에서 이곳을 사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읽었다.

"예, 마음에 들어요" 사실 구입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원하시니 그곳을 구입한다고 뭐가 크게 잘못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계약서에 사인하고 아버지가 묻혀계신 산소를 옮기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다. 양지바른 곳에 옮겨와야 하는데 일단 화장을 먼저 진행해야 했다. 그게 마음에 걸렸다. 잘 계신 곳을 파헤쳐 화장을 해야 하니 마음 편할 자손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그 구입한 밭을 놀릴 수가 없다. 복숭아나무 몇 그루 심어 관리하고자 했다.

그러는 사이 조부모님께서 두 분 다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묻힌 곳 그 위에 조성하다 보니 누군가 화장을 시키면 관리하기 편하다는 말에 적극 동의하였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시신을 그냥 묻다 보니 방향과 장소가 좋고 나쁘다는 말을 자주 들어야 했다. 아예 화장을 하면 그런 말을 안 들을 텐데... 그런 생각이 스쳐가니 아예 조부모님 화장할 때 아버님도 같이 화장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진행된 조상님들 화장 프로젝트. 화장 전문 업체에 맡기니 말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는 그냥 참석해서 절하고 약간의 웃돈을 더 주니 정말 친절하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아버님은 화장되어 원래 계획되었던 구입했던 땅으로 옮겨와야 하는데 사실 그동안 복숭아를 가꾸며 지내온 밭이라 왠지 아버님을 옮겨오는 게 나는 싫었다. 무엇보다 자주 밭에 어머니와 왔는데 그럴 때마다 아버님을 뵌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그냥 원래 묻혀계신 곳에 조상님들 모두 다시 화장 후 조성했다.

그렇게 원래 산소로 조성되어야 할 땅을 계속해서 복숭아 밭으로 쓰고 있다. 어느 해인가 웬 사슴벌레 10여 마리가 찾아왔다. 나는 너무 좋았다. 원래부터 이런 벌레들을 참 좋았다. 그렇게 자연에서부터 날아온 사슴벌레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멋지게 생긴 사슴벌레를 신기한 듯 보고 있는데 어머니와 내가 키운 복숭아를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기분 좋았다. 그렇게 사슴벌레를 잘 자랄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세상에 그 열 마리의 사슴벌레가 그 많던 복숭아를 모두 갉아먹었다.

그 작은 생물들이 그렇게 많은 복숭아를 모두 먹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올해 또 찾아온 사슴벌레 이제는 예뻐 보일리 없었다. 복숭아가 모두 익어 따려고 보니 역시 사슴벌레가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사슴벌레를 잡았는데 어찌나 크고 힘이 세던지 내 손을 뿌리치고 땅으로 떨어져 기어가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발로 밟고 말았다. 어찌나 생명력이 강하던지 발로 밟고 한참을 누르고 있어야 죽일 수 있었다. 그날 나는 3마리의 사슴벌레를 죽였다. 마음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복숭아를 먹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 크기에 이 한 마리가 귀한 복숭아 밭을 모두 쑥대밭으로 만들기 전에 처리해야 했다.

인간과 경쟁하는 벌레는 제거하는 게 인간의 도리라 생각 든다. 그게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벌레이든 말든 상관없다. 이번 사슴벌레 건으로 알게 되었다. 인간은 그렇게 진화되어 온 게 확실하다.

사슴벌레.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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