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소중함

by 정수TV

이 이야기는 나의 부모님 세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글을 쓰기 전부터 너무도 가슴 아프고 괴롭다. 사실 외가 쪽이 내가 살고 있는 지방에서 엄청난 부자였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는 항상 프라이드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반면에 나의 아버지 쪽은 가진 건 없고 항상 사고만 치는 어른 분들 덕분에 완전 망했다. 그래서였을까? 항상 어머니께서는 나의 친족들에 관해 안 좋은 시각으로 항상 말씀하시곤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고 자란 나도 그렇게 느껴지고 있었다. '참 문제가 많은 집안이야' 내가 속한 직계존속들이니 약간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어릴 적 생각을 살펴보면 항상 부유했던 외가에 비해 맨날 싸움만 하던 친가 쪽 분들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일이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제 어머니와 오랜만에 밭 일을 같이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머니께서 오랫 만에 외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그렇게 많은 부를 축척한 외할아버지 어렸을 적 잠시 뵈었던 모습이 전부였는데 돌아가시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엄청 존경스러웠다.

그런 외할아버지께서 자식들 교육을 얼마나 엄하게 하셨는지 이모들이나 어머니께서 학교를 가려고 하면 그 당시 수업료 등 돈이 필요했는데 그 돈은 안 줬던 얘기를 하셨다. 그 당시 학교에 수업료를 안 갖고 오면 공개적으로 때리고 망신을 주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 돈을 안 줬다는 것은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부자였는데. 게다가 그렇게 울면 불며 수업료가 없어 학교를 못 가는 이모들을 모른 체했다는 말에 나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어머니께서는 "돈의 소중함"을 알기 위한 뜻이었다고 지금은 좋게 포장했지만 운전하고 있던 나는 사실 온몸이 떨려오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거나 한참 나이가 많으신 이모들이지만 어릴 적 이모들의 항상 겸손하시고 소심하셨던 얼굴이 생각난다. 그런 이모들의 어린 시절이 이토록 비참했다고 생각 드니 뭔지 모를 분노가 느껴졌다. 막내였던 어머니께서도 얼마나 고생하며 학교를 다니셨을까?

집으로 돌아와 집사람에게 어머니께 들었던 이야기를 하며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아마도 나도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아이들이 돈이 없어 학교를 못 가서 하루종일 울고 있다는 대목에서 가슴속 저 바닥에서 분노의 감정이 휘몰아쳤다.

외가 쪽 자녀들은 지금도 엄청난 부자로 살고 있지만 하나도 부럽지 않다. 사람이 사는데 먹고, 자고, 교육받고, 생활하는 필수적인 것은 쓰면서 살아야 인간다운 삶이지 돈이 없어 학교를 못 가는 이모들의 눈물 앞에 그 어느 누가 돈은 소중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오늘은 차라리 조금 부족해도 서로 싸우고, 잘 못 사는 삶을 살더라도 친가 쪽 사람들의 삶이 더욱 보기 좋은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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