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볼일이 있어 아이의 방을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뭔가 엄지발가락을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워낙 청소를 안 해 뭐에 찔렸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엄지발가락을 유심히 봤더니 이게 웬일일까 발가락 아래쪽에 털이 자라고 있었다. 나는 이상해서 손톱으로 그 털을 잡아 뽑으려 했지만 도저히 뽑히지 않았다. 급기야 집사람을 불러 이것 좀 뽑아달라고 했고 집사람도 손톱으로 뽑으려 하니 잘 되지 않았다. 끝내 족집게를 이용해 조심스레 잡아 뺐고 뭔가 짧은 털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 빳빳했고 내 발바닥에 털이 자란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살다 보니 참 별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여튼 발가락 소동을 끝내고 여러 날이 지났다. 며칠 후 또 아이의 방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그때 내 발가락에 자랐던 털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이가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 놓은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아이가 거울 앞에서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그게 짧았던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발을 찌른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미용 쪽의 분들은 아마 잘 알 것도 같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짧으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엄지발가락 바닥을 뚫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아이들 키우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머리카락을 자른 아이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도 어린 시절 여러 잘못을 해왔는데 이 아이도 그런 거 같다. 특히, 몇 년 전 아이의 잘못으로 담임선생님께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린 경험도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해야 하나? 정말 그런 거 같다. 나의 단점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가 특별한 순간이 되면 그걸 따라 한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어느 날은 그 모습이 말을 못 할 정도로 밉다가도 학교에 데려다주며 정문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미소가 난다. 이 아이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