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by 정수TV

막내와 제주도를 여행 왔다. 가족들 모두 오면 좋았을 텐데 뭔가 마음과 일정이 맞지 않다 보니 나와 막내만 오게 되어 밥을 먹을 때도 체험활동을 할 때도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특히, 밥 먹을 때 옆테이블에 온 가족이 모두 모여 밥을 먹고 있으면 더욱 그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오게 되었다. 원래 방학 때 한번 정도는 여행을 다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하여 오게 되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비행기. 비행기를 타고 싶은데 멀리는 가기 싫고 제주도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정을 짜고 제주도에 어느새 도착해서 좋은 먹거리와 좋은 볼거리를 즐겼는데 한참을 즐기다 보니 나도 만족스럽고 아이도 만족해했다.

2박 3일 여행을 다니다 보면 1박 2일에서 못 본 것이 보인다. 바로 현지인들의 삶이다. 얼마 전에 역시 막내와 둘이서 서울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하루 종일 아이와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다.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종점까지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지방 촌놈이 서울에 갔으니 헤매는 것은 당연한 일 일 것이다. 그렇게 첫날밤을 즐겁게 마무리하고 다음 날 또 돌아다녔는데 그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완전 대박이었다.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손 잡을 데가 없어 나는 지하철이 설 때마다 쓰러질 거 같은데 옆에 있던 여성분은 손잡이 없이도 휴대폰을 보며 태연한 모습에 서울 사람들의 고단함을 봤다.

나는 사실 불만이 많다. 하고자 하는 일이 왜 그렇게 안 풀리는지, 주위의 사람들은 잘만하는 일을 나는 참 못한다. 후배들마저 잘하는데 나만 잘 못하는 거 같아 답답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게 이번 여행의 화두였다. 잠에서 깨어서 곰곰이 생각하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나를 괴롭히는 일이겠는가?

첫날 아이와 제주도를 신나게 돌아다니고 둘째 날이 되어 역시 잊고 있었던 지역민들의 삶이 보였다. 아이와 저녁을 맛있게 먹고 숙소로 걸어오다 밤에 심심할까 봐 근처 편의점에 들러 좋아하는 과자를 골랐다. 그런데 입구에서 보았던 아저씨가 혼자서 사발면에 막걸리를 마시는 게 보였다. 저녁 식사 시간인데 그게 과연 저녁밥이 될까 심히 걱정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다가가 뭐라도 더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아저씨의 자존심을 건딜고 싶지 않은 마음이 좀 더 컸다.

숙소에 돌아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대략적으로 감이 왔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에 항상 관심 갖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본 아저씨의 모습에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들의 고단한 아저씨들의 삶도 보듬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들은 항상 본인의 힘으로 잘 살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들도 우리가 아껴야 하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기회가 된다면 많이 도와주고 싶다. 그래야 세상이 살만해지고 사실 아저씨인 나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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