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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빈작가 Nov 10. 2022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목소리 ‘톤’이 높아질수록 ‘뜻’은 왜곡된다. 흥분하지 마라. 낮은 목소리가 힘이 있다” 

개그맨 유재석 씨의 명언이다.      

이 글귀를 읽고 역시 유재석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확한 말이었다. 


내 의견이 잘 전달이 안될 때, 조금 흥분했을 때, 화가 났을 때, 

심지어 기분이 좋을 때도 나는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어떨 때는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말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크게 말하는 것처럼 하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혹은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더 큰 소리를 내곤 했는데, 

결국은 그렇게 하면 더 전달력이 떨어지고, 소리와 말투에서 상대방은 나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아이도 닮아 있다.

 뭔가 나에게 얘기를 했는데 내가 잘 안 들어주는 것 같은 때 목소리 톤을 높여서 얘기한다.      


“목소리 낮추고 똑바로 얘기해” 


흥분해서 소리치는 아이에게 무작정 목소리 낮춰!라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평상시에 미리 얘기해 주는 것이 좋다. 

혹시 화가 나거나 흥분했을 때 큰 소리를 친다고 엄마가 더 잘 듣지는 않아. 

오히려 목소리를 낮추고 네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해주면 좋겠어. 

흥분했을 때 존댓말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고.      


미리 이렇게 얘기해 두었을 때, 막상 그 상황이 되어 “목소리 낮추고..” 하면 아이는 알아듣는다.

내가 흥분해서 엄마가 저렇게 말하는구나. 

그렇다고 아이가 바로 목소리 낮춰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자기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낮춰서 원하는 바를 얘기할 때도 있지만 자기도 흥분되고 짜증 나면 그냥 방에 들어간다. 

나는 아이가 방에 들어갈 때 “왜 엄마랑 말하다 말고 방에 들어가?” 하지 않는다. 

화가 났을 때 큰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혼자 풀고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화 풀리면 나와.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고”

“많이 울고 나와. 엄마가 안아주길 원하면 얘기하고” 


그러면 아이 혼자 잘 추스르고 나오는 편이다. 

나도 화가 났을 때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엄마가 지금 화가 나서 더 소리칠 것 같으니까 방에 잠깐 있다가 나올게. ”


하고 들어가서 잠시 쉬다 나온다. 

잠시 거리두기를 함으로 높은 목소리 톤에서 낮은 목소리 톤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나야 내 이야기에 전달력이 생기는 것이다.      


큰 목소리 내고 싶을 때는 거리두기     


아이 하원길에 태우러 갔다가 아이를 태우고 돌아오는 차 안이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친구 얘기를 했는데, 내가 잘 못 알아들으니까 “아 엄마는 몰라도 돼” 하는 것이 아닌가.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말이었는데 그날 배가 좀 고팠는지 짜증이 확 올라왔다.   

   

“엄마랑 얘기를 하고 있었으면, 똑바로 말을 해야지. 엄마가 이해를 못 하면 몇 번이고 말을 해 주고. 엄마가 너네 반 친구들을 다 모르니까 못 알아들은 거지 그걸 가지고 그렇게 몰라도 돼 해버리면 엄마가 기분이 나쁘지. 엄마도 나중에 똑같이 그렇게 해줄 거야. 너는 몰라도 돼. 얼마나 기분 나쁜지 들어봐라 ” 


잔소리를 해 댔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사이에 씩씩 거리고 있었다. 

아이가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계속해서 잔소리를 하며 소리를 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서 그러면 목소리가 울릴 수도 있고, 다른 이웃들을 만날 수도 있기에 나는 아이를 두고 계단으로 걸어서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었기에 아이는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나의 짜증은 조금 가라앉았다. 

2층쯤 갔을 때 엘리베이터가 지하에서 올라오길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아이가 “뭐야?”라고 얘기한다. 


“응. 너무 힘들어서. 아까는 엄마가 너 보면 막 소리 지를 것 같아서 화가 나서 계단을 올랐는데, 너무 힘들어서 엘베를 눌렀어”


이 상황이 웃겼는지 서로 웃어버렸다. 

     

말투와 억양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투와 억양이다. 

짜증이 배어있는 억양을 싫어하는데 가끔 아이와 내가 대화를 하면 둘 다 같은 말투를 쓰고 있어서 엄청 듣기 싫어한다.      

그때마다 우리 가족은 “말투~” 또는 “목소리~”라고만 얘기해도 목소리를 낮추고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얘기하는 것으로 바꿨다. 

아이도 자기의 말투와 목소리가 뭐가 이상하다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일단 높은 목소리를 낮은 목소리로 바꾼다. 

가끔은 그렇게 갑자기 낮추는 목소리로 인해 막 화를 내다가도 그 상황이 웃겨서 웃어 버릴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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