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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빈작가 Sep 01. 2022

아이의 입을 열게 하는 말투는 어떤 것일까?

임영주 작가님의 『엄마의 말 습관』에 나온 감정코치형 대화법은 다음과 같다.


“엄마, 나 걔랑 안 놀아”

(‘엄마, 나 친구 때문에 속상해서 안 놀고 싶지만 걔가 싫다는 뜻은 아니야’)

“친구 때문에 속상했구나. 그럼 어떻게 할까?”

(“속상해? 그럼 걔랑 놀지만, 서로 안 맞는데 왜 자꾸 놀면서 그러니?”라고 말하고 싶어도 하지 않는다. 말 안 하는 것도 대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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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매번 괄호 속의 말을 입으로 내뱉었다.     

 

딸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를 다녀온 딸이 같이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전학 온 새로 온 아이랑 놀면서 자기랑은 안 놀고, 오히려 피한다고 고민하면서 말을 걸었다.     

 

“에이, 그 친구랑 뭘 하고 있었나 보다”

“그런 거 아니거든.”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


“그래서 넌 뭘 했는데?”

“그냥 그림 그렸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랑 놀지도 못하고 그림만 그렸다는 소리를 듣고 안 속상할 엄마가 몇이나 있을까?

그러나 딱히 무슨 말을 어떻게 해 줘야 하는지도 몰랐다.      


“네가 먼저 다가가 보지 그랬어?”

“같이 놀자 하면 되지.”

“아니면 다른 애들 없어?”

“다른 애들하고 놀아.”      


“엄마랑 말하기 싫어”      


당시에는 나도 너무 속상했다.

하지만 아이의 감정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내 생각대로 막 얘기하고 있었다.     

 

“에이 그 친구도 그게 아닐 거야” 했던 이 말은 아이가 원하는 말도 아닐뿐더러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말도 아니란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도 걱정이 되니까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오늘은 그 친구랑 잘 놀았는지 궁금했지만 아이는 나에게 입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늘 얘기했다. 엄마랑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다행히 아이는 7살 때부터 다니던 피아노 학원 선생님께 얘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선생님 오늘 학교에서 그 친구가 저한테 이렇게 했어요”

“뭐라고? 그 애 안 되겠네. 그 애 어디 살아? 선생님이 가서 때려줘야겠다. 누가 우리 고은이한테”      

그럼 우리 아이는 씨익 웃으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물론 ‘때려줘야겠다.’라고 말씀하신 선생님의 반응이 옳은 반응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내성적이고 친구들에게도 자기가 원하는 말을 다 못 하는 우리 고은이에게는 너무나 좋은 반응이었다. 선생님이 그렇게 해주면 그제야 자기도 마음이 풀렸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도 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저 친구 입장에서 말해주는 엄마랑은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고, 오롯이 자기편을 들어줬던 피아노 학원 선생님과는 대화가 되는 사람이었기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조잘조잘 떠들었다.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피아노 선생님을 통해서 듣는 엄마였다.

나도 아이가 조잘조잘 떠드는 딸아이의 모습을 기다렸지만, 나의 이런 말투 때문에 아이는 입을 닫았고,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내성적인 아이로 새로운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에게 “다른 애들 없어?” 하며 왜 다른 애들과 놀지 못했냐며 아이를 나무란 것과 다름없는 말투였다. 다른 아이의 입장을 대변하며 하루 종일 힘들었을 아이를 더 힘들게 하는 엄마였다.      


피아노 선생님처럼 반응을 하지 않더라도 ‘친구 때문에 속상했구나’ 이렇게 했어야 했다.


『왜 아이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정재영 작가님은 친구에게 소외당하고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라고 한다.

     

“친구는 소중해. 하지만 너 자신이 그보다 훨씬 소중하단다.”

“친한 친구가 없어도 슬퍼 마. 넌 멋진 아이야. 친구가 곧 생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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