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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07. 2023

밤과 잠의 사이

최면하라

 모두가 잠들어 있을 어두운 밤, 자의반 타의반으로 잠이 들지 못하고 어둠을 헤매는 때가 있다. 

 다음날 일상생활을 위해 잠과의 사투에서 반드시 져야하지만, 자꾸만 깨어나는 몸 때문에 정신은 몽롱해지고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어제 있었던 부끄러운 기억과 미래 일어날지도 모를 쓸데없는 기억, 그리고 나를 설레게 하는 황홀한 기분은 몸의 세포들이 지르는 비명을 애써 무시한다. 너무 속상해서, 행복해서 자지 못한다는 변명을 하면서. 

 

 시침이 '1'을 지나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잠을 쫓아버린 과거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진다. 그러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순간에 날려버리고 잠이 들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머릿속의 세헤라자드가 끝도 없이 이야기들을 만들어대는 통에 들어오던 잠이 놀라 도망가기 때문이다.      



 

  어느새 새벽 2시 30분... 

 결단을 해야 한다. 마음은 촉박하고 몽롱한 정신은 잠과 사투를 벌인다. 결국 비장의 무기를 꺼내야 한다.  

 스스로 잠을 열망하도록 만드는 방법.


 "잠을 위한 자가 최면"

 * 우선 눈을 감고 온 몸의 힘을 푸는 것에 집중한다. 생각이 많을 때는 몸에 힘을 뺀다고 해도 손끝 발끝은 나도 모르게 힘을 주는 경우가 많다.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온몸을 무기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몸을 꺾거나 접히지 않게 천장을 보며 대자로 누울 때 가장 편안한 자세가 된다.  그 자세로 몸을 이완시키다보면 순간 지잉거리며 몸에서 작은 진동의 순간이 온다. 그때가 몸이 잠든 찰나이다.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몸살이 오기 직전의 그 기분이랄까.......) 그 기분에 취하게 되면 나중에는 내 몸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순간 깜짝 놀라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이 몸에 붙어있는 게 맞는지 쓸데없는 걱정을 하다가 몸이 다시 깨어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몸이 나의 정신과 분리되어 잠에 든 것 같으면 이제 정신을 잠재워야 할 차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머리 위에서 둥둥 떠다니며 재잘거리는 소리들을 심장 깊숙한 곳에 족쇄를 채우고 숨을 죽여야 한다. 그리고 쓸데없는 말을 지껄일 타이밍을 보는 정신을 향해 나는 속삭인다. 아니 그저 느낀다. 


                               졸린다...몽롱하다...잠에 빠진다...몸에 노곤하다...     

 

 흥분한 마음은 반항하는 나를 어지럽히기 위해 끊임없이 방해를 하므로 기억이 사라지기 전까지 집중을 버리고 멍을 때려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바닥에 가라앉히다보면, 어느새 눈 뜨니 아침이다.      

 

 물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해도 잠들지 못하고 정신을 놓는 게 어려울 때는 지쳐 쓰러지기 전까지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야 한다. 아침이 오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삭신이 쑤신다. 결국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다음번엔 기필코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말겠다는 하찮은 다짐을 하게 된다.           




 이런 시도의 시발점이 언제인지는 모른다. 어린 시절 잠자리에 들 때마다 가위가 시작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방법이다. 다시 말해, 저명한 학자의 실험과 검증을 통해 타당성을 확보한 방법이 아니라 나만의 개똥철학과도 같다는 것이다. 그래도 경험상 마음만 굳건하다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으니 나름 최고의 철학이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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