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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야 Sep 20. 2022

돌고 돌아 그림책

오십, 딱 기다려!

지난 4월에 시작된 소설 수업을 마쳤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개월의 여정이었다.

소설쓰기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 브런치 글을 한 편도 못 다. 2021년 8월에 시작해 매주 1편, 아무리 바빠도 매월 1편씩은 업데이트해 왔는데 말이다. '멋진 소설을 써서 브런치에 연재해야지!' 수업 초반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차시가 지날수록 제대로 된, 아니 그냥 단 한 줄의 글도 써내려 지지가 않았다.



  
'작가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잊을만하면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OOO님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그 사이에도 구독신청을 해 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셨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써야 하는데. 글 쓰고 싶은데. 잘 쓰고 싶은데...

머리도 손도 완전 먹통이었다.


첫 단편소설은 오롯이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브런치에서도 몇 번 다루었던 나와 원가족의 연장선. 내 깊은 곳 아픔을 드러내 이야기하며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소설인가, 수필인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플롯을 짜고 사건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냥 글일 뿐인데 뭐,' 내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겁이 났다.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해피엔딩은 어울리지 않았다. 비극으로 끝맺음하고 싶은데 그렇게 썼다가 허구가 실제가 되면 어쩌지?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나는 겁쟁이다. 결국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다음 소설을 써내려 갔다.


두 번째 단편소설은 '수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물이 주인공이지만 확장해 보면 역시 나와 내 가족에 대한 글이다. 천하(?)를 호령하는 독재자이지만 실상 손 하나 까딱 못 하는 '대장' 수건. 수건들이 사는 집의 '대장'인 김여사. 그녀는 어려운 시절 수건 공장에 청춘을 바쳤다. 김여사와 수건은 하나이다. 글의 어떤 부분에는 내가, 다른 어떤 부분에는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녹아들었다. 두 번째 소설은 일주일 만에 완성했다.




작년  '서평쓰기' 수업을 시작으로 '수필'과 '그림책'을 거쳐 올해 '소설'까지 왔다. 다양한 글쓰기를 배웠고 훌륭하신 교수님과 강사님들을 만났다. 도서관 문집부터 공저 도서, 개인 소장용 책까지 결과물도 다양하다. 이번 소설은 함께 공부한 선생님들의 글을 묶어 정식 출판하게 된다니 기쁘면서도 심히 부끄럽다. 세상은 넓고 글 잘 쓰는 사람은 참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돌고 돌아 다시 그림책으로 가려한다. 글도 부족하고 그림은 더 부족한 나지만, 그런 나를 가장 가슴 뛰게 하는 분야가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서 명함 좀 내밀고자 하면 최소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석-박사 과정이 대략 10년이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나는 그만큼의 인풋을 쏟아부었는돌아보게 된다. 오십에 나의 그림책을 내리라 하는 목표는 변함없다. 원하면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지만 나만 뿌듯한 책이 아닌, 함께 공감하고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


지금의 나는 일곱 살의 '나', 스무 살의 '나', 마흔 살의 ''가 합쳐진 종합선물세트다. 오십 살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림책과 함께 할 오십의 내가 기대된다.



(상단이미지: Photo by Dollar Gil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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