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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Apr 01. 2024

강릉 가는 사연

고래가 사는 세상

나는 지금 용인 버스 터미널로 가고 있다. 쌀쌀한 이른 아침이지만 7시 반 강릉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인데 정말 오랫만에 가는길이라 조금은 설레이기도 하다. 이렇게 서둘러 가는 이유는 강릉에서 11시에 친구딸 결혼식이 있어 그 시간에 맞추려고 부지런히 집을 나선거다. 그냥 축의금이나 보내지 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내가 굳이 결혼식에 려는 이유는 꼭 참석해 달라는 친구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지만 심성이 착한 때문인지 인생의 굴곡이 유난히도 많았던 친구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 반 반장을 했었고 역도부에 있으면서 보디빌딩까지 했기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나중엔 미스타 코리아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까지 있는 친구였다. 초딩 시절부터 유도를 해온 나와는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당시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지역별로 뭉쳐 무슨 클럽 이란 이름을 가지고 다른 클럽애들과 싸움이 잦을때였다. 그래서 이심전심 이라고나 할까 하여간 마음 맞는 서울애들끼리 뭉쳐 늘 함께 지냈다. 그러다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우리는 사진관에 가서 단체 사진까지 찍고는 우리의 즐거웠던 학창 시절을 매듭 지었었다. 그 후 대학생활과 군복무 등으로 아마 십여 년을 별 소식 없이 지내다 내가 회사를 다니던 어느 날 이친구로부터 연락이 왔고 그 후 우리는 자주 만나며 지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보니 이 친구의 모든 일이 잘 안 풀리는 듯 물건 납품대를 받는다고 브라질부터 남아공 까지 찾아가는 걸 본 적도 있지만 결국 아무 소득 없이 돈과 시간만 낭비한 결과만 남긴것 같았다. 거기다 부인까지 뇌출혈로 젊은 나이에 가시고 나니 집안은  풍비박산 가족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었다. 그러다 십몇년 전에 지금의 부인을 만나 그런대로 지금까지 무난하게 지내고 있는 듯 보여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그런데 부인도 재혼이라 전 남편의 딸이 있었는데 그딸이 늦은 나이에  결혼하게 되어 그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게 된 거다. 경제적 능력 때문 인지는 몰라도 무속인인 부인에게 풀 죽은 듯 지내는 친구를 보며 가끔 같이 한잔 할 때면  옛날 얘기를 들춰내며 불타던 청춘 그 시절을 상기시켜 주곤 했다. 참 인생 그까이꺼  별것도 아닌데 팔자라는 그놈이 이렇게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건지 그리고 누구를  탓해야 할도 모르겠기에 그냥 운명에 맡겨야 할수 밖에 없는가보다.어찌됐던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번 가는 길에는 모처럼 경포대 해변을 찾아 푸른 바다의 깊은 숨소리를 들으며 허전한 마음 한구석을 채우고 돌아 오려 힌다.그래서 나는 물 맑은 봄바다에 달맞으러 가는 마음으로 강릉행 버스에 오른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남길말이나 변명도 필요 없이 하얀 파도에 나의 인생 노트를 덮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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