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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약 Sep 22. 2021

편두통 증상

편두통 단계와 단계별 증상

편두통의 단계



앞서 전구증상과 전조증상(조짐)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적이 있다.


편두통은 전구증상 → 전조증상(조짐, aura) → 두통 발작 → 소실 → 회복의 과정을 거친다. 이번 글에서는 편두통의 각 단계를 자세히 알아보려 한다.



1. 전구증상(경고 증상)
: 쉽게 알아채기 힘든 미묘한 변화로 환자의 2/3가 경험한다.
2. 전조증상(조짐, aura)
: 뇌의 혈류 부족으로 나타나는 신경계 증상(주로 시각장애)으로, 조짐 있는 편두통은 20~30%에 불과하다.
3. 두통 발작
: 수 시간 ~ 이틀 정도 지속하나, 길게는 사흘도 간다.
4. 소실
: 잠을 자거나 약을 복용하면 호전되나, 어떤 방법도 듣지 않아서 잦아들길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5. 후구 증상(회복)
 : 두통이 해소된 후에 피로감, 무력감, 식욕부진 등을 느끼기도 한다.





편두통의 임상증상 4단계












두통이 올 것 같다 : 전구증상



전구증상은 발작을 예고하는 단계로, 두통 시작 2~48시간 전에 나타난다. 환자의 2/3가 전구증상을 경험하지만, 기분이나 행동의 작은 변화이기 때문에 굳이 의식하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두통 일기가 전구증상을 알아차리는데 도움 될 수 있으며(그나마), 환자 본인보다 주변에서 더 쉽게 알아차리기도 한다. 기분변화, 경계심, 공복감, 하품 등의 증상으로 24시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전구증상은 비특이적인 증상이라 진단적 가치가 높지 않지만(진단 시 확인하는 요소가 아니다), 알아둬서 나쁠 건 없으니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전구증상의 예는 아래와 같다.






-기분 변화 : 과민해짐, 쾌활해짐, 침울해짐

-행동 변화 : 과다활동, 강박사고, 허둥거림, 무기력함

-신경계 증상 : 피로, 하품, 말을 할 때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함, 빛/소리 싫어짐, 눈에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

-근육 증상 :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소화계 증상 : 공복감, 단 음식이 먹고 싶음, 메스꺼움, 식욕부진, 변비, 설사

-체액 평형이 깨짐 : 갈증, 빈뇨, 체액 정체







뭐 하나 눈에 띄는 거 없이 일반적으로 쉽게 겪을 수 있는 증상이라, 전구증상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미묘한 변화는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얼마든지 좌우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환자의 60%가 겪는다니 다시 한번 잘 관찰해봐야겠다.




전구증상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는데, 언젠가 눈에 띄게 '하품'을 많이 했던 적이 있다. 이상하게 졸리지도 않은데 하품을 계속한다 싶더니, 두통 발작이 있을 때까지 쭉 이어졌다.

당시 두통 일기에 기입할 때는 '두통과 동반되는 증상' 항목에 하품을 적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하품이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두통의 전구증상이지 않았나 싶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품 좀 한다고 '조금 있으면 머리 아프겠군' 생각하긴 쉽지 않은 것 같다)


전구증상은 두통 발생 전에 나타나므로 편두통의 원인(유발요인)과 헷갈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초콜릿이 먹고 싶어서 먹었더니 그 후에 편두통이 생겼다면, 인과관계 상 초콜릿을 두통의 원인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초콜릿을 먹고 싶다는 생각, 그러니까 '단 음식을 먹고 싶음'이 (초콜릿을 먹어서 편두통이 생긴 게 아닌) 이미 두통의 첫 단계에 돌입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전조증상 (조짐, aura)



전조증상(조짐, aura)은 국소적인 신경계 증상으로 두통이 발생하기 전 또는 두통과 함께 나타난다. 두통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경우 보통 두통 발생 10분 전~1시간 전에 시작된다.


시각, 감각, 언어 증상으로 나타나며 가벼운 두통, 광시증(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빛을 느끼는 현상), 시력장애(scotoma), 마비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증상은 두개강 내 혈관이 수축하여 혈류량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신경 활동에 변화가 생겨서 (뇌세포의 신진대사가 감소하여) 나타난다.


전조증상은 보통 5~60분 정도 지속되며, 조짐이 끝나고 나면 멍한 기분이 든다. 두통은 조짐이 끝나고 바로 시작되기도 하고 길게는 1시간 뒤에 시작하기도 한다.


조짐은 편두통 환자의 약 30%가 경험하는 증상이다. 전체 편두통 환자 중 70~80%는 조짐이 없고, 10%는 조짐이 있으며, 15~20%는 두 가지 편두통을 모두 경험한다.

조짐이 없는 편두통을 앓는 사람은 자신이 편두통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중 하나였는데, 조짐이라는 특이적인 증상을 겪지 않았기에 그냥 일반적인 두통인 줄 알았다. (좀 빈도가 높다는 생각은 했다)












전조증상 (조짐, aura)의 예



전조증상(조짐, aura)은 주로 시각으로 나타난다. 시력장애(scotoma, 망막의 암점)는 편두통 환자의 30%에게서 나타나는데, 이때 환자는 시력에 이상이 있다는 걸 감지하게 된다. 암점(scotoma)은 시야의 일부가 소실되는 현상을 말하며, 암점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맹점'에 대해 알아야 한다.


'맹점'은 눈의 망막 안쪽에 시신경이 한데 모여 빠져나가는 부위로, 시세포가 없어 물체의 상이 맺히지 않는다. 이 부위에 맺혀야 할 상은 뇌가 주변 이미지를 토대로 알아서 채워 넣는다. 즉 맹점은 '생리적 암점'이므로 자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병리적 암점'의 경우, 환자는 시야의 일부가 보이지 않는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두통환자가 조짐 시 겪는 시력장애(scotoma)는 '병리적으로 발생한 암점'이므로 글자가 보이지 않거나, 시야의 반이 안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지그재그 모양의 밝은 선이 보인다

-깨진 거울을 통해 물체를 보는 느낌이 든다

-초점 맞추기 어렵다

-빛이 번쩍인다

-눈앞이 흐려진다 등






조짐은 주로 시각으로 오는 경우가 많지만, 감각이나 언어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른 감각에 장애가 생기는 일은 흔치 않고, 거의 시각증상과 함께 생긴다. 전형적인 감각장애는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이다.


조짐이 여러 번 일어난다면, 동시에 나타나지 않고 연속해서 나타는 경향이 있다. 약 10%의 환자는 두통 없이 조짐만 경험하기도 한다.










편두통과 동반되는 증상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오심, 구토 그리고 빛/소리/냄새에 과민해지는 것이다. 환자의 90%가 오심을 경험하고, 50%는 구토를 경험한다.


갑작스러운 편두통 발작으로 응급실을 찾으면 정맥주사(IV)로 항구토제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머리가 아픈데 진통제가 아니고 왠 항구토제냐 싶지만 의외로 증상이 잘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편두통과 동반되는 대표적인 증상이 오심, 구토임을 안다면 이해가 쉬워진다)


그 외에도 경직된 목, 어지러움, 불안증세로 힘들 수 있다. 빛이나 소리에 노출되면 두통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환자는 어둡고 조용한 곳을 찾게 된다. 두통 자체보다 이런 동반증상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신경학적 증상 : 광 공포증(빛), 음성 공포증(소리), 후각 과민증(냄새)

-정신학적 증상 : 불안, 우울, 병적 쾌감, 어지러움, 안절부절

-자율신경적 증상 : 다뇨, 설사, 변비

-체질적 증상 : 경직된 목, 하품, 목마름, 음식, 갈망, 식욕부진






나는 내 전구증상을 인식하지 못했다. 전조증상(조짐, aura)은 없다고 생각했으나 혹 겪었을지도 모른다. 편두통과 동반되는 대표적인 증상인 오심/구토는 없었지만, 빛과 소리에는 많이 예민해졌다. 목은 항상 경직돼 있었는데, 그땐 그냥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 줄 알았다.










나의 생각



두통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전구증상(두통 발생 2~48시간 전), 두통 발생 전 혹은 도중에 나타나는 조짐(두통 발생 10분 전~1시간 전), 그리고 편두통과 동반되는 증상. 이 3가지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단계 별로 대략적인 시간 간격과 선후 관계가 있지만, 딱 맞아떨어지지 않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 증상은 사람에 따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개개인마다 다른데, 심지어 그 개인에게서도 매번 같다고 할 수 없다. 또 증상이 비슷비슷해서 구분이 힘들기도 하다.

만약 (두통이 잦아들지 않는)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픈 상태라면, 시간 순서에 따라 위 증상들을 알아차리고 구분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울 것이다.


편두통과 연관된 세 증상을 알아보면서 내가 지금 겪는 증상이 무엇이고, 어떤 단계인지 알려하기보다 증상을 잘 다스리는데 집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겪는 불편함의 정체는 여러 회차(슬프게도 여러 번의 두통 발작이 있을 것이다)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환자가 알게 된 때에는 이미 두통이 상당히 진전된 상황일 것이며, 위 증상만으로 편두통을 알아채고 진단받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전조증상(조짐, aura)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서 그동안 내가 무수히 주장해왔던 안과적 장애는 (내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편두통의 전조증상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부터 두통 일기를 썼다면 늦게라도 기록을 통해 좀 더 정확한 정황을 살펴볼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내가 겪은 여러 '안과적 문제'와 '조짐으로 인한 시각장애'는 그 증상이 꽤나 유사하다. 조짐 이후에 두통이 온다는 전후 사정이 성립하지 않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내가 시각장애를 겪던 때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의 경우 두통을 동반하지 않았다. 시각장애는 몇 년 정도 지속되었고, 긴 시간(한두 시간 정도가 아님) 이어졌지만 짧은 시간 유독 강하게 느꼈던 적도 있었다. (내 뇌는 혈류가 많이 부족했고, 신경계에 영향을 많이 미쳤나 싶기도 하다) 혹 두통 없이 조짐만 겪은 10%의 확률에 내가 속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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